'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
음식의 중요성을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 사진작가도 이 말에 공감하고 '먹을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요. 이 작가의 최근 프로젝트가 사회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프로젝트일까요?
그는 얼마 전 '매일 못 먹는 양식(Un-daily Bread)'라는 이름의 사진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글로벌 광고대행사 '퍼블리시스 콜롬비아' 그리고 UN 난민 기구가 협업하여 만든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숫자, 통계 자료 보다 한 장의 사진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난민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수단으로 '사진'을 선택한 것이죠.
이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베네수엘라의 난민들이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풍부한 천연자원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 년간 매우 불안정한 정치 상황과 살인적인 물가 상승이 이어졌는데요. 이에 국가의 채무는 늘어가고, 치안은 불안해지며,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인플레이션은 10,000% 이상 치솟으며 국민들의 고통이 심각해졌습니다. 이에 무려 500만 명에 달하는 베네수엘라인들이 국경을 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난민의 최대 수용국이 된 것은 바로 이웃 나라 콜롬비아입니다. 콜롬비아는 이미 150만 명이 넘는 베네수엘라인들이 입국해 살고 있는데요. 다른 인접국들이 입국 요건을 강화하면서 콜롬비아 이주 베네수엘라인들의 수는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하네요. 이에 따라 유엔은 각국에 콜롬비아에 도착하는 베네수엘라 난민들의 보건, 교육 등 기초적 지원을 위한 기금 3억 1500만 달러를 요청했지만 2019년 8월까지 모인 기금은 9600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사진 속에는 음식 말고도 이들이 베네수엘라를 떠나오며 가지고 온 물품들도 놓여있는데요. 몇 개 되지 않는 그들의 옷가지, 그리고 물건이 박스 위에 올려져 있네요. 그레그 시걸은 사진 속 사람들의 사연도 소개했는데요. 약 1000km를 아들, 딸과 함께 걸었던 어머니의 이야기, 베네수엘라 국경을 넘는 도중 간질 발작을 일으킨 싱글맘 등 가슴 아픈 사연을 공유하기도 했죠.
물론 좋은 의도로 시작된 프로젝트였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 좋은 '의도'만을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빈곤 포르노'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이었죠. 포르노는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데요. 빈곤의 광경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일으켜 사람들의 모금 운동을 장려하는 방식을 포르노에 빗대어 '빈곤 포르노'라고 합니다.
한편 최근 유엔 세계식량계획의 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민 셋 중 하나인 930만 명이 기초적인 영양도 섭취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성장기 어린이들의 영양 결핍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