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런던, 뉴욕과 함께 세계 4대 패션 위크 중의 하나인 파리 패션 위크가 지난 3월 3일 화려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3월 3일에는 파리 패션 위크의 꽃 샤넬의 2021 F/W 런웨이쇼가 열렸는데요. 예상치 못한 모델의 등장에 패션계가 깜짝 놀랐죠. 과연 이 모델이 누구이기에 많은 언론에서 다루고 있는 것일까요?
이 모델의 이름은 질 코틀레브(Jill Kortleve, 26)이며 네덜란드 출신입니다. 이 모델이 누구이길래 그렇게 특별한 것일까요? 바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요즘에는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ity)'가 확산되며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샤넬 쇼'에 오른 것 자체로 뉴스가 된 것이죠.
이에 모델 질 코틀레브가 샤넬 런웨이에 선 것은 큰 화제가 되었고 샤넬의 중요한 변화라는 평이 많았던 것이었습니다.
사실 샤넬 패션쇼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2010년 5월 2011 크루즈 컬렉션 쇼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 크리스털 렌(Crystal Renn)이 서며 이번이 10년 만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선 패션쇼라고 하네요.
그러나 질 코틀레브가 워킹했던 이 쇼가 끝난 후 네티즌들은 그리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바로 '플러스 사이즈'라는 단어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이 단어는 샤넬 측에서 쓴 것은 아니라 영국 코스모폴리탄 잡지에서 쓴 단어인데요. 질 코틀레브는 전혀 '플러스 사이즈'가 아니며 '표준 체형'이라는 것이 네티즌들의 주장이었죠. 그리고 패션계가 생각하는 플러스 사이즈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플러스 사이즈'라는 단어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 의견의 선봉장에 선 인물은 애슐리 그레이엄인데요. 그는 미국의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커버에 최초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등장해 지금까지 대표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레이엄은 2015년 TED의 강연자로 나와 '플러스 사이즈'라는 단어에 대해 이야기 한 바 있는데요. 이 단어의 '고립된 성격'에 대해 모델들이 목소릴를 높여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불리고 싶은대로 우리 자신을 부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2017년에는 한 인터뷰를 통해 이 단어가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플러스 사이즈'라고 하면 정크 푸드를 먹고, 운동도 하지 않으며, 몸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감이 없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전설의 톱모델 타이라 뱅크스도 '플러스 사이즈'라는 단어에는 긍정적인 함의가 없다면서 자신은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자기 몸 긍정주의'가 확산되며 이를 오히려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리한나의 세비지 X 펜티 란제리 브랜드는 다양한 인종과 사이즈를 가진 모델을 런웨이에 세우며 화제가 되었고, 셀럽들의 레드카펫을 만드는 톱 디자이너 크리스챤 시라노 또한 이런 예시 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수영복 브랜드 크로마트 또한 장애가 있거나 나이가 많은 모델, 혹은 사지가 절단된 모델, 트렌스 젠더 모델을 광고나 런웨이에 세움으로써 누구나 아름다운 수영복과 비키니를 입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샤넬의 변화. 매우 긍정적인 요소임에는 틀림 없는데요. 그만큼 아직 까지 패션계가 가야 할 길도 많이 남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