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많이 잠잠해진 중국은 얼마 전 큰 명절을 맞았습니다. 바로 청명절입니다. 청명절은 중국 5대 공휴일 중의 하나인데요. '봄빛이 완연하고 공기가 깨끗해지며 날이 화창해지는 시기'라고 여겨진다고 하네요. 이 날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성묘를 하는데요. 우기가 찾아오기 전 조상의 묘를 찾아 흙을 고르고, 산소를 돌봅니다. 이때 돈 모양의 종이를 태워 고인의 명복을 빌기도 하죠.
가장 많이 하는 방식은 대리 성묘입니다. 직접 가지 않고 누군가 대신 가서 성묘를 해주는 것이죠. 성묘 대행 서비스는 시 당국이나 추모 공원 측에서 해주게 되는데요. 지역에 따라 이 서비스를 무료로 해주는 곳도 있고 약 35 위안, 우리 돈으로 6천 원 정도에 묘지를 청소해주거나 500 위안, 우리 돈으로 약 8만 5천 원 정도의 비용을 받고 묘비 정비, 추도사 낭독, 그리고 절을 하는 전 과정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남겨 의뢰인에게 보내주는 곳도 있습니다.
실제로 베이징에 살고 있는 류 허씨는 성묘 대행 서비스를 신청했는데요. 추모 공원 직원이 직접 허씨 조부모의 묘지를 정비하고, 꽃과 과일을 올려두고, 절을 했습니다. 동시에 허씨의 집에서는 스마트폰 주위에 향과 과일을 차려두고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절을 하며 예를 갖췄습니다.
작년 상하이에서는 2백만 명, 난징에서는 570만 명의 사람들이 청명절 성묘에 나섰는데요. 올해는 지역 당국에서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추모 공원을 예약제로 운영하거나 아예 추모 공원을 열지 않았습니다. 또한 통행증을 발급해 묘지별로 1~2명만 성묘하도록 허용한 곳도 있었네요.
대표적인 서비스 웹사이트인 waheaven.com에 따르면 1월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금까지 약 30만 개의 온라인 사당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이는 2009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만들어진 사당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곳에는 자신의 조상뿐만이 아니라 코로나19의 존재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후 자신은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의사 리원량과 같은 의료인들을 추모하는 공간도 많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성묘 대행, 온라인 제사를 반기는 것 만은 아닙니다. 시안 교통 리버풀 대학의 인류학자인 우씨는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트렌드가 생겼지만 나이 많은 세대에서는 이것이 사회적으로 허용되는지에 대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에게 성묘를 하는 행위는 단순히 무덤을 정비하는 것을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예를 다하고, 뿔뿔이 흩어져있던 가족, 친지들을 만나야지만 이들이 감정적으로, 심리적으로 만족하기 때문이죠. 이에 이런 트렌드는 한 세대가 지나야지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