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좀비?' 몸을 숙이고 이상하게 걷는 사람들, 그 이유는?

중국 베이징의 한 거리에서 이상한 광경이 목격되었습니다. 사람들이 한 줄로 서서 몸을 구부리거나 머리로 얼굴을 가린 채 이상하게 길을 건너고 걸어 다니는 모습이었죠. 많은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고 놀라며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요.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이상한 모습으로 거리를 다니는 것이었을까요? 바로 중국의 감시망인 CCTV를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이 장면은 중국의 아티스트 덩유펑(Deng Yufeng)이 기획한 것이었는데요. 그는 베이징에서 CCTV를 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기 위해 이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퍼포먼스에 앞서 덩유펑은 퍼포먼스를 수행할 길의 길이와 너비 등을 쟀습니다. 또한 이곳에 있는 CCTV의 위치를 지도에 그리고, 이 CCTV의 촬영 범위까지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온라인에서 CCTV를 피해 길거리를 걸을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했죠.

이 자원봉사자들은 1.1km 정도를 걸어야 했는데요. CCTV를 피하기 위해 길 가로 걷고, 몸을 웅크리고, 머리로 얼굴을 가리는 등 온갖 방법을 다 사용했으며 1.1km를 걷는데 무려 2시간 이상이 걸렸습니다.

과연 이들은 카메라를 피하는데 성공했을까요? 덩유펑에 따르면 이들은 카메라에 얼굴이 잡히는 것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이들의 신체 일부는 카메라에 잡혔다고 하네요. 이 프로젝트의 한 참석자는 인터뷰를 통해 이 과정이 '생각보다 힘들었다'라고 밝혔는데요. '카메라가 몇 대 없고, 쉽게 피해 몸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카메라가 정말 사방에 널려 있어서 피할 수 없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한편 중국에서는 2018년까지 이미 CCTV 2억 대를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2021년까지 CCTV는 5억 6천만대로 늘어날 예정이며 이는 중국인 2.4명당 CCTV 한 대꼴이라고 하네요.

현재 중국 공안에서는 CCTV와 안면 인식 기술, 그리고 안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범죄 용의자, 테러리스트, 그리고 기타 감시가 필요한 사람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에 당국에서는 CCTV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국인 한 명 당 살인 피해자 수는 미국의 1/10 수준이라고 하네요.

그러나 이에 따른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바로 보안, 사생활 침해, 감시 사회 등 반인권적인 문제가 대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부작용에 대해 덩유펑과 같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죠.

한편 덩유펑이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작품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는 지난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전시회 'Secrets'을 열었는데요. 이곳에는 이름, 연령 키, 전화번호, 은행 정보, 열차표 구매 등 수천 명의 개인 정보가 표시되어 있는 벽면을 꾸몄습니다. 덩유펑은 단 돈 몇 위안으로 이 데이터를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고 밝히며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죠. 이틀 뒤 이 전시회는 폐쇄되었고, 중국 당국에서는 이 전시회에 관련된 조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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