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버질 아블로(Virgil Abloh)를 아시나요? 요즘 가장 핫한 디자이너 중의 한 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버질 아블로는 루이비통 최초의 흑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화제가 된 인물인데요. 지난 2018년 루이비통의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로 임명된 이후 지금까지 내놓은 컬렉션 마다 큰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패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죠.
얼마 전 버질 아블로는 파리 패션 위크 기간 동안 2021년 남성복 FW 시즌 컬렉션을 공개했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쇼는 영상을 통해 공개되었는데요. 그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네티즌들에게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의상은 바로 숏패딩(puffer jacket)이었습니다. 버질 아블로가 만든 숏패딩은 마치 모델이 하나의 작품을 입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는데요. 유명한 랜드마크를 3D로 구현한 패딩이었죠. 가장 먼저 등장한 ‘랜드마크 숏패딩’은 ‘파리 스카이라인 숏패딩’인데요. 이름 그대로 파리의 상징적인 건물들이 모여 있는 디자인이었습니다. 에펠탑은 물론 개선문,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피라미드, 퐁피두 센터 등이 눈에 띕니다. 다음에 나온 것은 ‘뉴욕 스카이라인 숏패딩’이었는데요. 이름은 뉴욕이지만 뉴욕의 스카이라인은 물론 시카고의 존 핸콕 센터와 홍콩에 있는 뱅크오브차이나 마천루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버질 아블로는 위스콘신 메디슨 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후 시카고의 일리노이 공과대학에서 건축 석사 과정을 마쳤는데요. 일리노이 공과대학은은 1940년대와 1950년대 유명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가 건축학과의 수장으로 있었던 곳입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그의 건축학적 소양이 컬렉션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죠.
숏패딩 뿐만이 아닙니다. 이 영상을 촬영한 세트장의 에메랄드 그린 색상의 대리석은 미스 반데어 로에가 설계한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1929년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에서 독일관으로 개관되었던 것으로 유명한 근대 건축물 중의 하나이죠.
실제로 쇼노트에 버질 아블로는 ‘미스 반 데어 로에는 나의 또다른 마이클 조던이다’라는 말을 쓰기도 했습니다. 아블로는 지난 인터뷰에서 ‘나는 건축을 하기 위해 패션 브랜드를 시작했다’라고 말할 만큼 건축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죠. 그리고 이번 컬렉션은 자신의 건축 사랑을 잘 보여주는 시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편 버질 아블로는 루이비통과 함께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의 수장이기도 한데요. 최근 마이애에 오프화이트 플래그십 스토어를 디자인하기 위해 AMO와 협업했고, 브랜드의 최초 매장을 밀라노에 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