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했고, 지금까지도 그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도시를 봉쇄하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장하고, 재택 근무와 원격 수업을 실시하며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요. 이런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며 '전통'만을 고집하고 있는 곳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이웃나라 일본입니다.
매년 일본에서는 '하다카마쓰리'라고 불리는 알몸 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하다카마쓰리는 매년 2월 셋째 주말 일본 오카야미시 외곽의 사이다이지에서 열리는데요. 이는 일본 3대 축제 중의 하나로 일본 내에서도 매우 큰 규모로 열립니다. 과거 승려들은 설날 고행을 다녀온 뒤 증표로 받아온 부적을 신도들에게 나눠주곤 했는데요. 이 부적은 행운의 상징이었기에 신도들 사이에서는 종종 다툼이 일어났고, 이것이 알몸 축제의 기원이 된 것이죠.
알몸 축제는 이름 그대로 참가자들이 알몸으로 참가하게 되는데요. 참가자들은 남성들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훈도시라는 이름의 전통 속옷, 그리고 타비라는 이름의 전통 양말만을 착용한 채 서로 뒤엉켜 나무 부적을 서로 쟁탈하려는 퍼포먼스를 벌입니다. 그리고 이 퍼포먼스 전에는 불꽃놀이와 전통 무용 공연 등도 펼쳐지곤 하죠.
설날 이후 행운과 복을 받고자 하는 축제. 그러나 문제는 이 축제를 하기 위해서는 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가 유행했던 2020년 2월 일본에서는 하다카마쓰리를 강행했는데요. 당시 일본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았기에 축제 강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설상 가상으로 2주 후 이 지역 학생들이 단체로 독감에 걸리며 비상이 걸리기도 했죠. 물론 현 당국에서는 이를 인플루엔자로 인한 독감환자라고 발표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들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당시 2020 도쿄 올림픽의 연기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일본은 확진자 수를 축소하는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었죠.
그리고 1년이 지난 2021년 하다카마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코로나19의 여파로 취소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최측에서는 하다카마쓰리를 강행하며 또 한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2월 20일에 열린 하다카마쓰리 행사는 대대적으로 축소되었다고 하는데요. 1만명이 아닌 100명 내외의 단체로 제한되었으며 관객의 출입이 통제되었다고 하네요. 주최측에 따르면 이들은 부적을 놓고 싸우지 않고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안전대책을 지키며 코로나19의 종말, 풍요 그리고 세계 평화를 기원했습니다.
그럼에도 100명 이상의 인원이 모인 것에 대한 논란은 피해갈 수 없었는데요. 이들은 왜 그냥 축제를 취소하지 않은 것일까요? 주최측에서는 이 축제가 500년 이상 중단 없이 계속되어왔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올해도 축제를 연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또한 '현재 나쁜일이 계속 되고 있기에 행운을 빌 필요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즉 전통을 계승하고 우울한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뜻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