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주고 산 그림. 그러나 팔 때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있습니다. 바로 이 그림이 문화재인 경우입니다. 얼마 전 한 억만장자는 그림을 팔려다 엄격한 문화재 밀반출법에 의해 엄청난 벌금을 선고받게 되었는데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요?
스페인의 최대 은행이자 은행 공룡이라 불리는 방코 산탄데르(Banco Santander)의 설립자의 아들이자 억만장자인 하이메 보틴(84)은 1977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말보로 파인 아트 페어에서 피카소의 작품 '젊은 여인의 두상'을 구입했습니다. 약 40년 후 하이메 보틴은 이 그림을 팔기 위해 스페인 정부에 반출을 요청했죠.
그러나 스페인 문화부에서는 '이 작품은 스페인의 중요 문화 유산'이라는 이유로 보틴의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이후 보틴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2015년 스페인 대법원에서는 '피카소가 이 작품을 그린 시기에 남긴 다른 작품들이 스페인 영토에 남아있지 않아 이 그림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화유산'이라며 스페인 문화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1906년 피카소가 카탈루냐 지방에서 그린 그림이었는데요. 피카소의 작품들 중 입체파의 특징이 본격적으로 발현되기 전 시기의 작품이라 희소성이 매우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현재 가치는 2천 6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344억 정도입니다.
이 판결이 난 후에도 보틴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보틴은 자신의 호화 요트를 이용해 프랑스 코르시카를 통해 스위스로 작품을 밀반출하려고 시도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프랑스 세관에 적발되었고, 스페인에 넘겨져 기소되었습니다. 그리고 마드리드 형사법원에서는 보틴에게 18개월의 집행유예와 5,24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695억 상당의 벌금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작품 '젊은 여인의 두상'의 소유권도 박탈했는데요. 이 작품의 소유권도 국가에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보틴 측에서는 해당 작품을 스페인이 아닌 영국에서 직접 구입한 것이고, 프랑스에서 적발 되었을 때도 영국에 선적을 둔 요트에 적재되어 있었으므로 스페인 정부가 해외 반출 금지를 명령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의 신청을 했는데요.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이 작품은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