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투어리즘'을 아시나요? 다크 투어리즘은 전쟁, 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런 여행은 휴양과 관광을 위한 일반 여행과는 다르며 이곳을 여행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야 하는데요.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익살스러운 사진은 지양하며 그 장소에 대한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기 위해 행동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러나 얼마 전 중국의 한 여행 인플루언서는 다크 투어리즘에 대한 예의를 망각한 행동을 보였는데요. 이에 큰 대가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여행 인플루언서 샤오셴은 중국의 인스타그램이라 불리는 플랫폼인 샤오홍슈에 9개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이 사진은 그가 신장 지역에 위치한 '캉시와 전사자 묘지'를 방문했을 때 찍은 것이었습니다. 그중 두 장의 사진이 문제가 되었는데요. 그중 첫 번째 사진에서 샤오셴은 한 손으로는 비석을 만지고 한 손으로는 비석을 향해 총을 쏘는 손동작을 했습니다. 그리고 옅게 드리운 미소 또한 문제가 되었죠. 이 비석의 주인은 지난해 6월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지역인 갈완계곡 충돌 당시 숨진 중국 군인 네 명 가운데 한 명인 천샹룽이었습니다. 또 다른 사진에서 샤오셴은 비석에 삐딱하게 기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으며, 한 손으로는 모자를 가볍게 만지고 있었네요.
이 사진 두 장은 곧 비난에 휩싸였습니다. 이 문제를 가장 먼저 지적한 사람은 한 블로거였는데요. 이 블로거는 '국경을 지키는 영웅들의 묘비는 포토존이 아니다'라며 '전사한 군인들을 존중해달라'라고 썼습니다. 실제로 캉시와 전사자 묘지에는 지난 6월 숨진 중국 군인 네 명뿐만이 아니라 100여 명의 군인들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웨이보 또한 비난 의견으로 넘쳤습니다. 네티즌들은 '이런 행동은 벌을 받아야 한다' '우리의 영웅들을 이런 식으로 모독할 수 있는가?'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네티즌의 비난으로만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후 신장 인민검찰원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들은 문화관광 기관에 연락해 샤오셴을 여행 블랙리스트에 올려달라고 요청했으며 한 산하 기관에서는 '열사의 명예를 침해한 혐의가 있는 만큼 공안기관에 입건하도록 촉구했다'면서 '형사 및 민사 공익 소송을 진행해 민사상 책임도 물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샤오셴의 SNS 계정도 삭제되었습니다. 샤오셴은 샤오홍슈뿐만이 아니라 진르터우탸오에도 수천 명의 팔로워가 있었는데요. 이 SNS 측에서는 샤오셴의 행동을 규탄하며 그의 계정을 영구적으로 삭제한 것이었죠.
만약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비난으로 끝났을 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검찰 조사에 계정 삭제까지 당한 것은 다소 과한 조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편 중국은 국경 충돌로 인해 숨진 군인들에게 '영웅' 칭호나 '일등 공훈' 등을 추서하고 이들의 애국 행위를 강조해왔는데요. 이번 사건도 중국 내부의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었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