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600억 들여 만든 '뉴욕의 에펠탑'
지난 2019년 3월 뉴욕에는 역사적인 건축물이 새롭게 개장했습니다. 바로 '베슬(Vessel)'입니다. 베슬은 미국 민간 부동산 개발 역사상 최대 프로젝트인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의 일부인데요. '뉴욕의 에펠탑'을 만들겠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만들어진 곳으로 독특한 외관을 자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허드슨강의 아름다운 전망을 볼 수 있는데요. 이에 뉴요커들과 관광객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곳입니다.
'베슬'은 높이 46미터의 전망대입니다. 베슬에는 2,500개의 계단이 나선형으로 얽히고설켜 마치 벌집을 연상시키는 외관을 지니고 있죠. 지상에서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며 계단을 빙글빙글 돌아가야 하며 사방에서 맨해튼과 허드슨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맨해튼에 생긴 일종의 인공산인 셈이죠. 이곳은 영국인 건축가인 토마스 헤더윅이 설계했으며 공사비는 무려 1억 5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600억 원에 달합니다.
2. '극단 선택 명소'가 되었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지은 유명 관광지 '베슬.' 그러나 이것은 개장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문을 닫았습니다.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이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계속해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2019년 베슬이 정식으로 개장하기도 전인 2월에는 19세 남성이, 2019년 말에는 24세 여성이 그리고 2021년 1월에는 21세 남성이 이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실제로 베슬은 유리 등의 외관재 없이 계단으로만 이루어진 구조인데요. 이에 사고의 우려가 높고, 계단에 설치된 난간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뛰어넘을 수 있는 높이이죠.
이런 문제점은 설계 당시부터 지적되어 왔습니다. 2016년 건축 전문가 오드리 와치스는 '높은 건물을 만들면 자살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인데 베슬은 난간이 허리 높이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죠. 그러나 건축물의 예술적 완성도로 인해 이런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았고, 기존의 설계대로 개장했습니다. 그리고 우려하던 일은 실제로 일어나고야 말았죠.
3. 혼행족 입장 금지시킨 베슬
이에 2021년 1월 베슬 측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밝히며 베슬을 임시 폐쇄했습니다. 4개월 후 베슬은 나름의 해결책을 갖춘 채 재개장한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과연 헤더윅 스튜디오에서는 난간의 높이를 높였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베슬의 예술적 완성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같은데요. 건축물의 설계는 그대로 둔 채 운영 방식을 바꿔 재개장했습니다.
원래 베슬은 온라인 신청 등을 거쳐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으나 재개장을 하며 10달러의 입장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헤더윅 스튜디오 측에서는 이 비용을 '안전'에 직접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베슬은 2인 이상의 단체 방문객들만 받을 예정인데요. 그간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이 모두 혼자 베슬을 방문했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또한 경비 인력은 세 배로 늘리고,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설립한 정신건강 자선단체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와 손 잡고 베슬 입장권에 극단적 선택 방지 문구도 넣었습니다.
4. 재개장 2개월만에 또 한 번..
그러나 재개장을 한지 2개월 만에 다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가족과 함께 베슬을 올랐던 14세 소년인 스스로 몸을 던진 것이죠. 이는 베슬에서 일어난 네 번째 사고인데요. 이후 베슬의 운영사인 릴레이티드 컴퍼니의 스테픈 로스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유족에게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베슬은 다시 임시 폐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