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한국을 오가며 면세점과 동대문의 제품을 싹쓸이하곤 했던 중국인 보따리상 '따이거우'를 기억하시나요? 이들은 몇 년 간 중국 외 국가에서 명품 핸드백에서 고급 분유, 의류, 화장품 등을 구매한 후 중국에 팔아왔습니다. 따이거우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한국 등의 현지에 상주하며 중국으로 물건만 보내는 따이거우, 그리고 자신이 중국과 다른 나라를 왔다 갔다 하며 큰 캐리어에 물건을 들고 가는 형태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 따이거우 시장은 매우 컸습니다. 중국에는 약 100만 명 이상의 따이거우가 있었으며,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2014년 중국 소비자들의 사치품 구매 건수 10건 중 4건이 따이거우에 의해 이뤄졌다고 하네요. 또한 베이징의 컨설팅 업체인 프로리서치에 따르면 따이거우의 매출은 2019년 4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6조 원 정도로 급증했다고 합니다. 또한 따이거우의 수입은 매우 높았는데요. 억대 연봉을 버는 따이거우들도 비일비재했죠.
그러나 이들의 호황기는 코로나19와 함께 끝났습니다. 국경문은 닫히고 이들은 더 이상 물건을 중국으로 들여오지 못했죠. 이들은 현지의 해외 파트너와 손을 잡고 물건을 들여온 뒤 중국 소비자에게 팔려고 시도해보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제3의 유통업자가 중간에 끼는 것을 불신했는데요. 이에 이 또한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이거우들은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했고, 따이거우들을 위한 물류 업체인 '블루 스카이 인터내셔널 익스프레스'와 같은 회사들은 파산하게 되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초 중국에서는 전자상거래법이 시행되며 따이거우들의 입지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과거 별다른 법적 규제를 받지 않았던 이들은 사업자등록증과 영업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했고, 세금도 납부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를 맞이한 것이죠. 또한 코로나19 이후 많은 브랜드에서는 글로벌 가격을 비슷하게 맞췄는데요. 이 경우 소비자들은 따이거우를 거칠 필요 없이 브랜드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따이거우'라는 직업은 사라지는 걸까요? 과연 이들은 어떤 전략으로 다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업계에서 현재 가장 유력하게 보는 것은 바로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입니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역을 중앙 서버에 저장하는 대신 누구나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인데요. 이로 인해 해킹을 통한 위조도 의미가 없어 보안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중간상인'인 따이거우는 신뢰와 투명성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산업이기에 많은 따이거우들이 블록체인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죠. 이 경우 명품 브랜드 또한 브랜드 평판이 나빠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제품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확인하고, 제품의 원산지를 추적할 수 있는데요. 이에 지금껏 이루어져 왔던 비윤리적인 관행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죠.
또한 따이거우의 주 소비자 층도 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누구에게나' 물건을 팔았다면 앞으로는 소수의 부자들을 위한 '퍼스널 쇼퍼'의 역할을 하는 것이죠. 예전만큼 가격 경쟁력이 없는 상황에서 안목과 취향으로 쇼핑을 돕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따이거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아마 전문 셀러로서 소수의 사람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부티크 풀 서비스 컨설팅 회사'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코로나19라는 현실, 글로벌 시장의 변화, 그리고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 진화하는 따이거우가 앞으로 어떤 모습일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는데요. 이들의 행보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