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며 세상은 잠시 '일시 정지' 상태가 되었습니다. 유례없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사람들의 통행을 금지했고, 많은 장소들은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미술관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이에 전 세계의 많은 미술관들은 관람객이 줄고 재정이 악화되었는데요. 유네스코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에서는 '전 세계 미술관, 박물관의 13%는 다시 문을 못 열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술관도 예외는 아닙니다. 세계 5대 박물관 중의 하나로 알려진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코로나19 이전 해마다 500만 명이 찾는 인기 관광지인데요. 이곳 또한 상황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이곳은 코로나19가 한창이든 2020년 3월 문을 닫았습니다. 이후 2020년 8월 말부터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는데요. 다만 뉴욕시에서는 박물관 등의 문화시설에 대해 제한된 수용 능력 이내의 범위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했으며, 티켓 판매와 관람객 입장을 시간대별로 진행하도록 했죠.
이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심각한 재정적 위기를 맞았습니다. 2018년 2019년 회계연도의 티켓 매출이 5,506만 달러(약 630억 5,000만 원)였던 것에 비해 2019/2020 회계연도에는 티켓 매출이 3,750만 달러(약 429억 4,500만 원)에 불과했던 것이죠. 이로 인해 메트로폴리탄 측에서는 20%의 인력 감축을 하는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애썼지만 이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 재정적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메트로폴리탄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파는 것이었습니다. 지난주 미술관 측에서는 219장의 판화와 사진을 크리스티 경매에 부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는데요. 이 소장품은 세 차례에 걸쳐 판매되며, 219장의 작품으로 인해 14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6억 5,000만 원까지 모을 수 있다고 하네요. 메트로폴리탄의 관장은 이 작품들이 모두 '복제품, 혹은 여러 개가 있는 작품 중 하나'라고 하네요.
이 발표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한 보도에 따르면 메트로폴리탄에서 피카소가 만든 희귀한 청동 조각을 팔아치울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 보도에 많은 사람들은 충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얼마자 돈이 없으면 피카소의 작품을 파느냐는 반응이었죠.
논란의 작품은 바로 피카소의 첫 번째 여인이었던 페르낭드 올리비에의 얼굴을 묘사한 청동 조각상입니다. 메트로폴리탄 웹사이트 상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피카소가 제작한 최초의 큐비즘 조각상 중의 하나라고 하네요. 이 작품은 1909년 초가을에 파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이 작품은 큐비즘 회화처럼 머리가 더 작은 단위로 쪼개져 만들어진 것이 특징인데요. 보는 각도에 따라 얼굴의 모양이 바뀌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메트로폴리탄이 36년 동안 소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미술관의 후원자였던 플로렌 쇤보른이 소장하고 있다가 메트로폴리탄에 빌려준 것인데요. 이후 작품이 미술관 측에 영구 기증되며 메트로폴리탄의 소유가 된 것이죠. 쇤보른은 큐비즘 작품 여럿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그의 컬렉션은 사후 메트로폴리탄을 비롯해 MoMA, 세인트루이스 미술관 등으로 흩어졌습니다. 만약 이 피카소 조각상이 팔린다면 얼마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의 추정에 따르면 3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53억 4,000만 원 정도를 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수입으로 현재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관리하고 직원들의 월급을 줄 것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