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의 '다비드상'이 중요 부위 가린 후 논란된 이유는?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 이야기는 구약성서 사무엘서 17장에 나오는데요. 16세의 소년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쓰러트린 이야기로 전혀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은 상대가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후세까지 이어지며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줬습니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에는 많은 조각가들이 다윗의 모습을 묘사했는데요.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이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1501년부터 1504년까지 3년 동안 한 덩어리의 대리석으로 거대한 다비드상을 조각한 것이었죠.

미켈란젤로는 다윗을 골리앗과 싸움 직전의 긴장된 순간으로 표현했는데요. 망태를 메고 옆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서서 돌을 쥐고 막 던지려는 순간 나체의 다윗을 균형감 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피렌체의 시뇨리아 광장에 서있었는데요. 1873년 오염을 막기 위해 아카데미아 갤러리 안으로 옮겨졌고, 많은 관광객들이 다비드상을 보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피렌체의 상징이 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은 얼마 전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미켈란젤로가 제작한 다비드상 원작이 직접 옮겨지는 것은 아니었고, 다비드 상을 원작 크기로 재현한 3D 프린트 버전이 두바이로 가게 된 것이었죠. 현재 두바이에서는 2020 두바이 엑스포가 열리고 있는데요. 이곳에 있는 이탈리아 국가관에 다비드상이 전시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피렌체와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다비드상이 엑스포에서 이탈리아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전시되고 있는데요. 이는 곧 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바로 다비드상의 성기와 엉덩이 부분이 교묘하게 가려졌기 때문입니다. 이 조각상은 5.18미터의 높이를 자랑하고 있는데요. 이에 이는 이탈리아관의 1층과 2층에 걸쳐 전시장의 중앙에 놓였습니다.

문제는 1층에서는 다비드의 하체만 볼 수 있고, 2층에서는 다비드의 상체만 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허리둘레 부위는 팔각형 석판과 기둥에 가려졌죠. 이마저도 일반 관람객에는 모두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1층 공간은 관계자들만 출입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관람객들은 다비드의 얼굴과 어깨, 가슴 부분만 관람할 수 있는 것이죠.

이에 대해 이탈리아 언론에서는 분노했습니다. 이탈리아의 미술평론가 비토리오 스가비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전례 없고, 받아들일 수 없으며, 참을 수 없는 굴욕'이라며 행사 주최 측을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네티즌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참수당한 다비드 같다' '이슬람 문화에 굴복당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네요.

그러나 이탈리아 국가관을 총지휘한 다비드 람펠로는 이에 대해 두바이 정부가 작품을 검열한 것은 아니고 이것이 작품의 콘셉트라고 밝혔습니다. 보통 피렌체에 있는 다비드 상은 관람객들이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지만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다비드상과 눈높이를 맞추며, 다비드의 눈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독특한 접근 방식이라고 밝힌 것이죠.

그러나 이탈리아 매체인 라 리퍼블리카의 보도에 따르면 두바이 엑스포 이탈리아관 측에서는 사실 '벌거벗은 남성의 동상을 두바이에 가져온 것이 실수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았다'라고 하는데요. 이에 다비드상에게 속옷을 입히고, 심지어는 동상을 바꿀 생각까지 했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고 합니다. 이에 이런 아이디어를 내 다비드상의 중요 부위를 노출시키지 않은 것이었다고 하네요. 

두바이로 여행 가며 하체를 감춰야 했던 다비드. 과연 이는 문화적 검열인 걸까요? 아니면 이슬람 문화를 존중하는 것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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