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진입금지 외치는 '앵그리 레고' SNS 화제

'볼라드(bollard)'를 아시나요? 볼라드는 길거리를 걸어 다니면 무조건 볼 수밖에 없는 것인데요.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름은 모르는 설치물 중의 하나이죠. 볼라드는 인도나 잔디밭 따위에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설치한 장애물인데요. 횡단보도에 서서 기다릴 때 인도에 설치되어 있는 말뚝이 가장 대표적이 볼라드 중의 하나입니다.

길거리에 너무 많이 있어 눈에 자주 띄지만 역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은 가지지 않는 볼라드. 볼라드는 이렇게 우리의 일상 속에 많이 있지만 큰 존재감은 없는데요. 이 볼라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 한 아티스트의 작품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의 아티스트 르 키클롭(Le Cyklop)입니다. 

그는 2014년부터 꾸준히 프랑스의 길거리에 있는 볼라드를 밝은 노란색으로 칠해 마치 '레고'처럼 만들고 있는데요. 프랑스 파리의 북동쪽 교외에 위치한 도시 팡탱(Pantin), 파리의 서북부에 위치한 도시 콜롱브(Colombes)와 몽트레유(Montreuil) 등의 도시에서 주로 활동해왔습니다. 

그가 색칠한 볼라드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색상이 모두 노란색이라는 점, 그리고 이 볼라드가 의인화되어 눈과 눈썹, 입이 있다는 점인데요. 노란색은 페인트로 칠했으며, 눈썹과 눈, 그리고 입과 표정은 스티커를 붙여 볼라드 아트를 완성했습니다. 또한 볼라드에는 눈을 단 하나만 붙여 넣었는데요. 이에 외눈박이 레고 사람 피규어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네요. 사실 그의 이름 또한 '외눈박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의 이름 '르 키클롭'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외눈박이 거인 부족 키클로페스에서 따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보면 볼라드가 다 똑같은 모양일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는 볼라드의 표정을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있는데요. 볼라드들은 놀라거나, 혼란스럽거나, 혹은 화나거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어 이 표정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한편 볼라드를 통해 작품을 만드는 것은 르 키클롭의 전유물만은 아닙니다. 세계 곳곳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볼라드가 있는데요. 영국 잉글랜드 윈체스터에서는 2005년 광장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데이비드 호크니, 몬드리안, 잭슨 폴록 등과 같은 예술가들의 그림을 모티프로 한 볼라드를 설치했으며, 2019년 4월 일본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볼라드가 설치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볼라드는 마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등장인물 가오나시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특히 기둥에 붙은 반사판이 야간에는 '눈을 번뜩이는 것'만 같은 디자인이 특징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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