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이혼 이후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길거리를 떠돌아다닌 이 흑인 소년은 스프레이를 들고 다니며 몰래 벽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미술관 앞에서 엽서에 그림을 팔며 자신의 회화 세계를 구축했으며, 이후 팝아트 선구자 앤디 워홀을 만나 '몸값 높은' 아티스트가 되었죠. 그러나 이 천재 청년은 헤로인 중독으로 27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고야 말았는데요. 현재 그의 작품은 1,000억 원 이상을 호가하며 전설이 되고 있습니다. 바로 '검은 피카소'라 불리는 장 미쉘 바스키아입니다.
장 미쉘 바스키아는 지난 몇 년 흑인 아티스트들이 주목받기 시작하며 더욱 몸값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반항 정신과 자유로운 표현은 마치 소울 뮤직처럼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고, 밝은 색채와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터치 속에는 고독감이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올해 바스키아의 작품은 경매에서 엄청난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크리스티 홍콩에서는 그의 작품 '전사'가 3억 2,360만 홍콩달러, 우리 돈으로 약 490억 원에 낙찰되었으며 3개월 후 소더비에서는 600억 원에 'Versus Medici'라는 이름의 작품이 팔렸죠. 같은 달 '인 디스 케이스'라는 작품은 1047억 6천만 원에 낙찰되었는데요. 특히 이 작품은 2002년 99만 9,500만 달러에 팔린 작품이기에 바스키아의 위상이 지난 20년간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스키아의 작품 한 점이 경매에 또 등장한다는 소식입니다. 이 작품은 1982년에 그려진 '금이빨의 죄책감(The Guilt of Gold Teeth)'입니다. 이 작품은 11월 9일 뉴욕 크리스티를 통해 경매에 부쳐질 예정입니다.
이 작품의 캔버스 위쪽은 칸탈루프 오렌지, 그리고 아래쪽은 클로라인 블루 컬러로 되어 있으며 이 작품의 가로길이는 4.2미터에 달하는데요. 이 작품의 낙찰 예상가는 4,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70억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1998년 38만 7,5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4억 5,900만 원에 낙찰된 작품인데요. 약 25년이 지난 오늘날 10,000%가 넘는 엄청난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크리스티의 판매 책임자 아나 마리아 첼리스(Ana Maria Celis)에 따르면 이 작품은 바스키아가 1982년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을 때 그린 8개의 작품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리고 바스키아의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리즈 시절'에 그린 작품이라고 하네요.
캔버스의 중앙에 있는 인물은 '바론 사메디(사메디 남작)'입니다. 바론 사메디는 아이티에서 널리 믿어지고 있는 민간 신앙인 부두교의 신인데요. 그는 마치 우리나라의 저승사자처럼 죽은 사람의 영혼을 인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동시에 그는 부활의 상징이기도 한데요. 이에 삶과 죽음을 모두 상징하는 신이죠. 바론 사메디는 검은 코트와 모자를 착용하고 있으며, 종종 선글라스를 쓰거나 검은 눈을 가진 해골상으로 묘사됩니다. 바론 사메디는 바스키아의 1987년작인 'Después de un Puño'에도 등장합니다.
또한 이 작품은 다른 바스키아의 작품들처럼 숫자, 알파벳, 달러 사인, 그리고 단어들이 마구잡이로 낙서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여기에는 'aspuria'라는 정체를 모를 단어가 있는데요. 이는 아마 'Aspire(열망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를 이탈리아어 버전으로 쓴 것이 아닐까 추측되고 있습니다. 귀퉁이에는 'Modena/Jean Michel Basquiat 1982'라는 사인이 있는데요. 이는 바스키아의 작품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