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존재하는 것들 중 '우주'보다 초현실적인 것이 있을까요? 우리는 왜 우주를 초현실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아마 우리가 만지거나 변화시킬 수 없기에, 혹은 너무나 거대해서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막연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우주. 그러나 이 우주를 한 장의 이미지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천체사진을 찍는 사진작가들입니다. 천체사진도 다른 많은 사진 분야와 마찬가지로 공모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바로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주최하는 '올해의 천문 사진(Astronomy Photographer of the Year)'입니다.
얼마 전 올해의 천문 사진에서는 우승작을 뽑았는데요. 과연 어떤 사진이 우승을 차지했을지 함께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우승작에게는 1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1,6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고 하네요.
1. 전체 우승작 : Golden Ring (by Shuchang Dong)
이 사진은 2020년 6월 21일 티베트 알리 지역에서 관측된 금환일식입니다. 금환일식은 일식 때 가장자리 부분이 금반지처럼 보이는 일식을 뜻하는데요. 이 날 촬영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이곳은 보통 일 년 내내 날씨가 화창하지만 금환일식이 예정된 이 날만은 하늘에 먹구름이 끼었던 것이죠. 사진작가 슈창 동은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운이 좋게도 금환일식이 일어난 지 1분 만에 금환일식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심사위원들은 이 이미지가 천문 사진의 과학, 예술, 기술적 독창성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고 극찬하며 1위의 영예를 안겼습니다.
2. 오로라 부문 우승작 : Polar Lights Dance (by Dmitrii Rybalka)
아름답지만 극도로 불안한 분위기, 녹색의 생동감과 배의 중후함 등 상반된 느낌을 모두 지니고 있는 이 작품이 오로라 부문 우승작으로 뽑혔습니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배가 오로라 쪽으로 서서히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마치 공상과학 영화의 오프닝과 같은 느낌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3. 은하 부문 우승작 : The Milky Ring (Zhong Wu)
중국 출신의 천체 사진작가 종 우는 이 사진을 찍는데 거의 2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비교적 밝은 빛을 띠는 코스믹 서클의 윗부분, 그리고 중후한 느낌을 자아내는 아랫부분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내고 있는데요. 이는 우주의 모든 아름다움을 아우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4. 달 부문 우승작 : Beyond the Limb (by Nicolas Lefaudeux)
만약 우주를 여행한다면 태양계가 이렇게 보이지 않을까요?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우주의 거리와 천체를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5. 인간과 우주 부문 우승작 : Lockdown (by Deepal Ratnayaka)
지난 2년 간 인류는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고통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은 '봉쇄'라는 제목으로 행동반경이 좁아진 인류와 우주의 무한함을 한 프레임에 담았습니다. '네 개의 벽 안에 갇힌 채 희망적으로 창 밖을 바라보는 사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네요.
6. 행성, 혜성, 소행성 부문 우승작 : A Colorful Quadrantid Meteor (by Krank Kuszaj)
다채로운 운석을 담은 독특한 이미지입니다. 작가는 자신에게 '운이 따랐다'라고 하는데요. 운과 더불어 훌륭한 이미지 처리로 인해 행성, 혜성, 소행성 부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7. 하늘 풍경 부문 우승작 : Luna Dunes (by Jeffrey Lovelace)
모래와 하늘의 은은한 질감과 초승달이 함께 구성되어 있는 아름답고 고요한 사진입니다. 네이비블루 색상과 금색이 이 사진을 우아하게 만들어주는 듯합니다.
8. 별과 성운 부문 우승작 : Californial Dreamin' NGC 1499 (by Terry Hancock)
성운을 찍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성운에 대해 '객관적'인 표현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기에 별과 성운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