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보존하겠다며 그리스 문화재 반환 안 한 대영박물관의 최근 근황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바티칸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의 하나로 꼽히는 곳, 바로 대영 박물관이라 불리는 영국 박물관입니다. 영국은 18~19세기에 전 세계 50여 개국의 식민지를 두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는데요. 이에 세계 각지에서 약탈해온 고대 유물들을 한 곳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영국 박물관입니다. 

대영 박물관의 입장료는 무료인데요. 이는 국제박물관법에서 자국의 예술품이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면 입장료나 수수료 등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외국에서 가져온 유물이 90% 이상을 차지하기에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것입니다.

대영 박물관의 규모는 어마어마합니다. 전시실은 나라별로 만들어져 있는데요. 100개에 가까운 전시실이 있어 하루 만에 둘러보기도 힘든 곳입니다. 이에 많은 관광객들은 유명한 전시실을 콕 집어 관람하곤 하는데요. 관람객들의 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곳 중의 하나는 바로 '그리스관'입니다.

그리스관이 인기 있는 것은 바로 이곳에 있는 대리석상 때문입니다. 이곳에 있는 대리석상은 '엘긴 마블스'라고 불리는 '파르테논 마블스'입니다. 이는 영국의 주 터키 대사인 엘긴 경이 1800년대에 아테네에서 가져간 그리스 조각과 건축입니다. 당시 엘긴이 떼어 간 것은 그리스의 유물인 파르테논 신전인데요.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의 수호여신 아테나를 위해 기원전 5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그리스에서 유일하게 바닥과 기둥, 지붕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대리석만으로 된 건축물입니다.

그는 파르테논 신전의 벽면 부조 및 기둥 조각품 등을 뜯어내 영국으로 가져갔는데요. 이는 트로이 전쟁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 등 인물 400명, 동물 200마리가 등장하는 웅장한 규모였죠. 그는 10년에 걸쳐 신전 조각들을 차례로 영국으로 옮겼는데요. 약 10년간 그가 반출한 조각은 253점에 이릅니다. 그리고 현재 이것들이 그리스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이죠.

인류의 귀중한 유물인 파르테논 마블스. 사실 이 유물은 그리스로부터 줄기차게 반환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갖가지 이유를 들며 유물 반환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세계 어느 곳에 있는 것보다 훌륭하게 보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악명 높은 그리스의 대기오염으로부터 인류 최고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명분을 들이내밀기도 했죠.

그러나 이들의 명분에 금이 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이 파르테논 마블스를 보관하는 공간이 노후되어 천장에서 물이 샌다는 제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7월 영국에 비가 많이 왔을 때 대리석상이 보관되어 있는 17번 전시실에 물이 샜는데요. 이곳에는 바다의 여신인 네레이드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대영 박물관의 상태는 매우 열악한 상태인데요. 이에 대영박물관에서는 그리스관만 부랴부랴 보수에 들어갔고, 한 달 뒤인 12월 중순에 재개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예술 전문 매체인 디아트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에 따르면 대영 박물관 내 아시리아관 또한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고 하는데요. 박물관 정비 감독의 계획에 따르면 이 미술관의 보수 계획은 향후 몇 년 간 없을 예정이라고 하네요. 

현재 이런 상황으로 인해 그리스의 문화재 반환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영국이 자신하던 '문화재 보존'이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계속해서 논의되었던 '엘긴 마블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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