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 집 담벼락에 허락도 없이 그림을 그렸다면 어떨까요? 정말 화가 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러나 영국의 많은 사람들은 '이 사람이 내 집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줬으면...'하고 바라는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바로 뱅크시입니다.
뱅크시는 전 세계를 다니며 사회 비판적인 벽화를 그리며 유명해진 아티스트인데요. 뱅크시가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면 그 건물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 서부 브리스톨시의 주택은 약 30만 파운드였으나 벽화가 그려진 후 이 집의 가격은 60만 파운드로 뛰었죠.
그리고 지난여름 뱅크시는 또 한 번 다량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바로 뱅크시의 '그레이트 브리티시 스프레이케이션(Great British Spraycation)'이라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영국 잉글랜드 동부 해안가에 휴가를 온 뱅크시가 작품을 남겼다는 소식이 파다했는데요. 그레트야머스, 골레스턴, 크로머, 노퍼크, 서포크 등이었습니다. 뱅크시는 이 장소에 총 10점의 벽화를 남기며 큰 화제가 되었죠.
뱅크시의 작품 10점 중 1점이 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습니다. 바로 로웨스토프에 있는 벽화였습니다. 이 벽화는 한 어린이가 헐렁한 모자를 쓰고 쇠지렛대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 앞에는 모래성을 쌓아 그림을 완성한 것이었죠. 그리고 이 작품이 그려진 건물의 건물주는 이 벽화를 떼어내 판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곧 중장비들이 도착했고, 벽은 뜯겨져 나갔는데요. 벽화가 그려진 이 벽은 미국 캘리포니아로 바다를 건너 '줄리안 옥션(Julen's Auctions)'에서 팔릴 예정이라고 하네요. 이 벽화의 가격은 4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6억 원 정도에 낙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 소식이 들리자 많은 사람들은 이 건물주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뱅크시가 선물한 벽화로 인해 수천 명의 관광객들을 도시로 불러들여 도시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이를 놓쳤다는 것이었죠. 많은 사람들은 SNS를 통해 '건물주가 돈에 눈이 멀었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이 건물이 원래는 3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4억 8천만 원에 매물로 나와 있었지만 벽화가 그려진 직후 건물주는 건물의 가격은 5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8억 원으로 올랐다고 하는데요. 이 돈에 만족하지 못하고 벽을 뜯어 팔았다는 것이었죠.
한편 뱅크시의 벽화가 뜯겨 팔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0년 10월 노팅엄의 한 주택 담벼락에 그려진 훌라후프를 하는 소녀의 벽화가 뜯겨져 팔린 적도 있었습니다. 이 작품을 구매한 사람은 뱅크시의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콜렉터 존 브래들리였는데요. 존 브래들리는 한 인터뷰를 통해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6자리 액수'의 돈을 썼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최소 1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는 약 1억 5천만 원 이상이겠죠. 그는 벽화를 복원해 영국 동남부에 위치한 박물관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