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놀라게 한 뱅크시(Banksy)가 다시 나타나 보여준 두 번째 퍼포먼스는?

뱅크시(Banksy)를 아시나요? 작년 소더비 경매장에 그의 그림 '소녀와 풍선'이 올라왔었고, 무려 15억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그림이 낙찰되자마자 액자 속에 미리 설치되어 있었던 파쇄기가 저절로 작동하며 그림은 잘게 찢어지고 맙니다. 뱅크시는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15억 원짜리 그림으로 인해 더욱 유명세를 얻은 아티스트입니다.

미술계의 지나친 상업화 그리고 엘리트주의를 비판하는 활동으로 인해 '예술 테러리스트'라고도 불리는 뱅크시는 올해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홀연히 등장했다가 사라졌는데요. 그는 과연 어떤 퍼포먼스를 펼쳤으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을까요?

2019년 5월 11일에서 11월 24일까지 열리는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이름 그대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2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국제 미술 전시회입니다. 세계 여러 곳에서 많은 비엔날레가 열리지만 이곳은 '모든 비엔날레들의 어머니'로 불릴 만큼 매우 유서 깊은 행사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세계 3대 비엔날레로 손꼽히며 규모와 내용 면에서 전 세계 미술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축제이기도 하죠.

비엔날레의 열기로 후끈하던 어느 날, 베네치아 비엔날레 행사장의 밖에 한 노점상이 설치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크고 작은 그림을 이어 붙여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이 그림을 멀리서 보면 커다란 유람선이 그려져 있었고, 가까이서 더 자세히 보았더니 베네치아의 상징이 곤돌라가 초라하게 그 앞을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이 그림의 아래에는 "Venice in Oil'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네요. '유화로 그린 베네치아' 혹은 '기름 속의 베네치아' 등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그 그림은 베네치아를 거대하게 차지하고 있는 크루즈선, 그리고 나아가 베네치아의 오버투어리즘을 비판한 것이었습니다. 이 노점상은 허가받지 못했기에 곧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으며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생각했지만, 곧 관련 동영상이 뱅크시의 SNS에 올라왔습니다. 곧 사람들은 이 노점상이 뱅크시의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뱅크시는 이 영상과 함께 짤막한 코멘트를 덧붙였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크고 명망 있는 예술 이벤트에 어떤 까닭인지 나는 초대받지 못했다 라는 글을 남기며 예술계의 엘리트주의와 제도권 예술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전달했죠.

 

베네치아에는 뱅크시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가 또 한 점 발견되었습니다. 한 아이가 SOS 조명탄을 들고 있는 모양의 벽화입니다. 아직 이 그림이 뱅크시의 것인지 아닌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림의 형태나 기법을 보아 그가 그렸다고 추정되는 바입니다.

뱅크시의 노점상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과, 이 벽화는 공통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닐까요? 베네치아에 과도하게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도시를 점령하고, 현지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고 있으며, 관광지화 된 자신의 주거지의 임대료가 올라 결국 이곳에 살던 주민들이 다른 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비극으로 인해 60여 년 전 17만 명이던 인구가 지금은 3분의 1로 줄어들게 된 이 비극을 말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의 부조리한 문제에 자신의 메시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뱅크시. 오늘날 권위주의와 상업주의에 지친 사람들이 뱅크시에 열광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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