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래퍼가 뱅크시 작품을 직접 입고 음악 축제에 참석한 이유는?

뱅크시(Banksy)를 아시나요? 지난해 자신의 그림 '소녀와 풍선'이 15억 원에 낙찰된 후 이 그림을 파쇄시키며 예술계의 엘리트주의와 지나친 상업화를 비판했으며, 얼마 전 5월에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참가하여 베네치아의 오버 투어리즘과 이로 인한 환경 파괴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죠. 자신의 정체는 드러내지 않지만 자신의 생각은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예술가입니다.

 

 

이런 뱅크시가 얼마 전에는 조끼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그냥 일반적인 조끼는 아닐 것이라고 예상이 되는데요. 그가 만든 조끼는 바로 방검 조끼입니다. 누가 칼에 찌르려 해도 그 공격을 막아주는 조끼이며 이 조끼에는 스프레이 페인트로 영국의 국기인 유니언잭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뱅크시는 자신이 만든 작품을 인스타그램에 올려놓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이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멘트가 적혀있습니다.

 

 

*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 영국에서 서머싯 피턴에서 매년 6월 말 주말에 3일동안 열리는 음악 축제이며 매년 약 15만 명의 사람들이 참가하는 인기 페스티벌.

 

실제로 이 조끼는 영국의 래퍼 스톰지(Stormzyy)가 입었고, 이 조끼를 입고 공연도 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조끼의 의미는 무엇이며, 왜 스톰지가 이 조끼를 입어야 했을까요?

먼저 스톰지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49년 역사상 최초의 흑인 영국인 솔로 아티스트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종종 자신의 음악에서 영국 공권력의 흑인에 대한 차별, 그리고 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칼 범죄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힌 바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스톰지는 이 방검조끼를 입고 나오기 전 자신의 무대에 큼지막한 글자를 띄웠습니다. 이 글자는 영국 노동당의 데이비드 래미 하원 의원의 연설문 중의 일부였습니다. 데이비드 래미 의원은 영국 내에서 소수 인종 문제, 인종 차별 문제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무대 위의 멘트를 통해 현재 사법체계가 유색 인종에 대해 가하는 보이지 않는 차별을 비판했으며, 런던, 버밍햄, 맨체스터 등의 도시에서 자라나는 유색인종 청소년들이 겪는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 글자가 다 나온 후 스톰지는 뱅크시가 만든 조끼를 입고 무대를 꾸몄던 것이죠.

 

 

 

단순한 퍼포먼스가 될 수도 있었던 뮤직 페스티벌을 통해 자신의 신념과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한 것인데요. 일각에서는 뮤직 페스티벌에 정치색을 입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영국 내 인종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스톰지의 공연에 열광했고, 아델, 에드 시런, 드레이크 등의 아티스트들도 자신의 SNS를 통해 스톰지의 공연을 극찬했습니다.

이후 스톰지는 뱅크시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사진이 올라와져 있는 것을 보고 답글을 남겼는데요. 뱅크시가 자신에게 방검조끼를 만들어준 것이 정말 꿈만 같은 일이라면서, 매우 영광이고, 감사한다는 글을 남겨 스톰지 또한 뱅크시의 신념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자신의 위치에서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자 나름대로 노력하는 사람들인데요. 그들로 인해 세상이 조금이라도 아름다워진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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