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수영장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워터파크도 속속들이 개장하고 있으며, 수영장이 잘 갖춰진 호텔은 이미 예약하기가 어렵습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수영장에서 고가의 입장료를 받는 호텔 수영장까지 선택권은 매우 넓은데요. 이 가운데 아주 몸값이 비싼 수영장이 등장해 화제입니다. 이 수영장은 최소 입장료가 950달러이며, 하루에 딱 40명의 이용객만 받는다고 합니다. 이곳은 어디일까요?
허스트 캐슬(Hearst Castle)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허스트 캐슬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성으로, 현재 관광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한 언론 재벌의 개인 저택이었는데요. 이곳을 지을 때 중세 유럽의 성을 해체하여 그 자재를 이용해지었다고 합니다. 특히 1920년에는 스페인의 한 수도원, 그리고 영국 웨일스의 800년 된 성 전체를 사들여 해체 후 지었습니다
1951년 허스트가 사망한 후 1957년 허스트 코퍼레이션(Hearst Corporation)이 이 저택을 캘리포니아주에 기증했으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를 주립공원으로 지정하고 성인 1인당 25달러의 입장료를 받으며 이 돈으로 이곳을 유지 보수하고 있습니다.
허스트 캐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뭐니 뭐니 해도 이곳에 있는 수영장인데요. 영국의 벽화가이자 도예가 Camille Solon이 만든 실내 수영장 로만풀(Roman Pool), 그리고 그리스 로마 조각상으로 둘러싸여있는 야외 수영장 넵튠풀(Neptune Pool)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꼭 들러 사진도 찍고 전경도 감상하는 곳입니다.
로만풀은 고대 로마의 목욕탕을 콘셉트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푸른색과 주황색의 반짝이는 타일이 실내를 장식하고 있으며 이 실내 장식은 이탈리아 라벤나의 갈라 플라시디어 성당의 무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로마의 신과 여신을 나타내는 8개의 대리석 조각상이 수영장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넵튠풀은 300미터 길이이며 이 저택을 설계한 건축가가 직접 만든 것입니다. 2016년부터는 넵튠풀에 물이 차 있는 것을 볼 수 없었는데요. 왜냐하면 이 풀장에 물이 새서 보수를 해야 기 때문입니다. 이를 보수하는데 약 10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되었으며, 지난해 10월 마침내 공사가 끝나고 물이 가득 차 있는 야외풀장의 모습을 대중들에게 공개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도 또한 조각상, 콜로네이드, 버몬트 대리석 등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허스트 캐슬 측에서는 실내 수영장과 실외 수영장을 모두 개방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실내 수영장은 단 하루, 10월 20일에, 그리고 실외 수영장은 7월 6일, 8월 4일, 8월 24일, 9월 21일 총 네 번 개방할 예정입니다. 오후에 세 시간만 이용할 수 있으며 실내 수영장은 단 20명만, 그리고 실외 수영장은 40명만 인터넷 예약으로 받고 있는데요. 수영장 입장료가 최소 950달러입니다.
물론 최고급 소재가 사용되었고, 아름다운 수영장이긴 하지만 950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의문인데요. 허스트 캐슬에서 이런 이벤트를 여는 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이곳을 유지, 보수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입니다. 보통 자선 모금 행사는 파티의 형식으로 진행하며, 참석자들은 기부금을 내고 파티를 즐기다가 가는데, 이곳은 자선 모금 행사를 풀파티로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즉, 950달러는 입장료의 개념보다는 기부금이라는 개념이 더 강한 것이지요.
이렇게나 비싼 돈을 주고 누가 갈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이미 마감된 날들이 많이 있습니다. 현재 7월 6일, 9월 21일 이벤트는 한자리만 남았으며, 10월 20일 로만풀 이벤트는 이미 마감되었네요. (7월 2일 기준) 매우 기발한 발상의 모금이 아닐까 싶네요.
꼭 수영장에서 놀지 않더라도 허스트 캐슬은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곳입니다. 줄리아 모건이라는 여성 건축가가 심혈을 기울였으며 최고급 자재를 사용해만든 이 자택의 건축미, 세계 곳곳에서 가져온 미술품, 그리고 당시 사용했던 고급 가구, 아름답게 꾸며놓은 정원, 정원 곳곳에 숨어있는 조각상 등 볼거리가 매우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캘리포니아를 방문한다면 이곳에 한번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