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도 어려운데 8개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된 '건축 거장'의 건축물

 

얼마 전 조선이 16~17세기 각지에 건립한 성리학 교육기관 서원 9곳을 묶은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올랐습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인데요. 이때 함께 세계유산이 된 28건의 문화유산 중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의 건축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의 건축물 8건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20세기 건축(The 20th-Century Architecture of Frank Lloyd Wright)'이라는 이름으로 이 목록에 등재된 것입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와 함께 근대 건축의 3대 거장이라고 불리고 있으며, 자연 친화적인 건축을 추구하여 건축물이 자연에 잘 녹아드는 설계를 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오늘 RedFriday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물 8개가 무엇인지, 이 건축물들의 특징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1. 구겐하임 미술관 (Guggenheim Museum)


 

달팽이처럼 생긴 구겐하임 미술관은 '자연, 인공, 그리고 사람이 하나가 되기를 원했던' 건축가가 고안한 설계였습니다. 이 건물에는 계단이 없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꼭대기 층으로 올라간 뒤 경사로를 따라 내려오며 미술품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즉 평평한 곳에 작품이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 경사진 곳에 작품이 전시되는 것이죠. 사실 이런 특징은 지금까지도 예술가의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건축적 특성 자체가 매우 생소하여 관객들이 작품을 즐기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죠. 그러나 라이트는 이 미술관으로 기조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전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으며 현재는 뉴욕에서 빠질 수 없는 건축물이 되었습니다.

 

 

2. 낙수장 (Falling Water)


 

 

낙수장은 아마 이 건축가의 건축 철학이 가장 잘 녹아있는 건축물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지역 백화점 오너인 커프먼의 주말 별장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폭포 위에 떠있는 듯한 외형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사실 커프먼은 자연 환경을 좋아하여 이런 자연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별장을 지어주길 원했는데, 라이트는 커프만의 생각을 뛰어넘어 단순히 자연 풍경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그 풍경 '안에서' 살 수 있는 집을 설계했으며 심지어 폭포 위에 집을 지은 것입니다. 사실 이런 아이디어에 많은 기술적 어려움이 뒤따랐는데요. 캔틸레버 방식을 이용해 외부에서는 이 별장이 물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이 집은 라이트의 건축 철학을 잘 보여주었지만, 주거자들에게는 많은 현실적인 문제를 안겼는데요. 폭포로 인한 습기로 나무가 갈라지고, 캔틸레버의 중간이 휘었으며, 물이 새기도 했습니다. 또한 폭포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단순히 자연과의 교감을 넘어 소음이 되었다고 하네요.

 

* 캔틸레버 방식 : 한쪽 끝이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되어 있는 보. 멋진 외관과는 달리 변형되기 쉬우므로 강도설계 시 주의해야 함.

 

 

3. 로비하우스 (Robie House)


 

프레데릭 C. 로비하우스는 라이트의 프레이리 양식(Prairie Style)을 대표하는 건물로 건축사적 의의가 높습니다. 프레이리는 미국의 대평원을 뜻하는 단어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인정하며, 평화롭고 자연스러운 건축미를 꿈꾸는 건축사조였습니다. 미국 대평원의 수평선과 같이 수평 지붕 선이 길게 뻗어있으며, 자연을 압도하지 않는 높이로 지붕을 지었습니다. 또한 커다란 유리창으로 자연과의 일체감을 추구했으며 설계에서부터 주차장을 포함시킨 최초의 주택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내부 공간은 불필요한 벽이나 파티션을 만들지 않고 공간을 연속시켜 자연광이 최대로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4 홀리혹 하우스 (Hollyhock House)


 

홀리혹(hollyhock)은 접시꽃을 뜻합니다. 이 건축물을 의뢰한 석유 재벌의 상속녀 얼라인 반스댈(Aline Barnsdall)이 접시꽃을 좋아해 집안 곳곳이 접시꽃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기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이 건물은 캘리포니아에서 라이트가 지었던 두 번째 집으로 기존의 프레이리 양식에서 다소 벗어나, 계속해서 발전되고 있는 서부 개척에 적합한 양식을 개발하여 이를 적용시킨 곳입니다.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태양을 막기 위해 되도록 창을 적게 내고, 중정을 향한 벽에는 창을 많이 냈으며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사용해 집안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았습니다.

 

 

5. 제이콥스 하우스 (Jacobs House)


 

프레이리 양식만큼 유명한 것이 있는데요. 바로 '유소니아 양식'입니다. 유소니아 양식이란 미국식 민주주의와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기반으로, 적당한 크기, 효율적 공간 사용, 저렴한 건축비를 특징으로 하는 양식입니다. 불황 후 미국의 거대한 경제, 정치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주거환경을 찾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제이콥스 하우스는 유소니아 양식의 대표적인 건물인데요. 나무, 돌, 벽돌 등의 자연 소재와 글래스 커튼을 사용하여 집 주변의 자연경관과 집이 어우러지도록 만들었으며, 거실, 다이닝룸, 그리고 부엌을 오픈하여 배열한 것이 특징입니다. 라이트는 140채 이상의 유소니아 양식의 집을 지었으나 제이콥스 하우스가 라이트의 유토피아에 근접한 원형이라고 하네요.

 

 

6. 탤리에신 (Taliesen)


 

탤리에신은 라이트의 개인사가 많이 녹아있는 건축물입니다. 라이트에게는 20년 동안 동거동락하며 6명을 자녀를 낳아준 조강지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혼도 하지 않고 프랑스로 건너가 당시 자신의 고객의 부인과 함께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그는 그 애인과 함께 자신의 고향으로 뻔뻔하게 돌아와 함께 살 개인주택 겸 작업실을 지었는데 그것이 탤리에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건물을 관리하던 사람이 그의 애인, 애인의 두 자녀 그리고 손님 네 명을 모두 살해하고 탤리에신을 불살라버렸죠. 이후 탤리에신을 재건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7. 탤리에신 웨스트 (Taliesen West)


 

탤리에신이 위치한 위스콘신은 겨울에는 매우 추웠기 때문에, 애리조나주에 탤리에시니 웨스트를 건설하여 11월 말에서 5월 초까지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이곳의 내리쬐는 태양, 자연 그대로 형성된 산의 기하학적 아름다움 등 사막지대의 매력에 빠져 탤리에신 웨스트를 지었으며 이곳에서는 많은 건축학도들이 머무르며 라이트와 함께 건축 프로젝트를 실행했습니다. 이곳은 대처 전 영국 수상이 2박 3일의 미국 방문 일정에 포함되었는데, 이 건물이 가지는 역사적 의의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아닐까 싶네요.

 

 

8. 유니티 템플 (Unity Temple)


 

당시 교회를 지을 때 높은 첨탑이 필수적으로 있었으나, 라이트는 이런 관습을 무시하고 첨탑이 없는 교회를 지었습니다.  물론 유니티 템플의 담임 목사인 로드니 조호노트 목사도 진보적인 종교적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건물 디자인을 원했기에 이런 혁신이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첨탑대신 콘크리트를 부어 정방형 실내공간을 만들었으며 지붕에는 커다란 채광창이 있습니다. 라이트는 이 교회를 '보석상자'라고 부르며 특별한 애정을 가졌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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