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는 요즘 인스타그래머들이 선호하는 관광지 중의 하나입니다. 바로 인생 샷을 찍을 곳이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발리의 아름다운 바다나 리조트 전경만을 떠올리신다면 오산입니다. 일명 천국의 문이라고 불리는 렘푸양 사원, 숲속에서 그네를 타는 정글 스윙, 천국의 빛이 들어오는 듯한 뚜카드 째풍 폭포, 우붓에 있는 계단식 논 등 인스타그래머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만한 스폿이 매우 많이 있습니다.
이중 가장 인기 스폿은 뭐니 뭐니 해도 렘푸양 사원인데요.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 좌우 대칭적인 석탑의 모습이 아래의 물에 비쳐 매우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뒤에 있는 아궁산도 사진의 배경에 한몫하고 있죠. 렘푸양 사원은 보통 숙소에서 2~3시간 떨어져 있지만, 아름다운 렘푸양 사원을 구경하고, 인생 샷도 건지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 방문합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아침부터 머리를 단장하고, 예쁜 옷을 골라 입고, 풀메이크업으로 이동하곤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을 보고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하는데요. 왜 그런 것일까요? 사진과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진에서는 석탑의 아래에 호수 등 물이 있어 이 석탑이 비쳐져 몽환적이고도 신비롭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실상은 그냥 돌바닥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사진을 찍는 줄이 길 때는 두 시간씩 기다려서 사진을 찍어야해, 허탈함이 몰려온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사진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요?
비결은 바로 '거울'입니다. 이곳에서 팁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현지인이 있는데, 이 사람이 카메라 앞에 거울을 받쳐 들고 반사되게 사진을 찍는 것이죠. 이 아이디어 하나로 렘푸양 사원은 핫플레이스가 된 것입니다.
최근 경제 시사지 <포춘>의 편집자인 폴리나 마리노바는 트위터에 이 '사기'와 같은 촬영 기법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는데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이 모든걸 망쳐놨다는 증거에요.
'천국의 문' 아래에 있는 물이 단지 아이폰 아래의 유리 조각이라는 것으로
판명났을 때 내 꿈은 산산조각났어요.
이 글을 본 다른 트위터리안은 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 두세 시간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자고 썼으며, 또 다른 사람은 2주 전에 자신이 여행 갔을 때도 사기당한 기분이었다면서, 마리노바의 트윗에 적극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 촬영기법이 매우 재미있으며 다른 곳에서도 이렇게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기발한, 또 어떻게 보면 장소를 너무 미화시킨 촬영기법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사진만 보고 간 사람들은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