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탑승객 태우려고 한국인 안 태우고 출발한 항공사 논란

항공사에서 실시하는 '오버부킹' 제도를 아시나요? 항공사에서는 보통 한 항공기에 수용 가능한 인원보다 더 많은 인원에게 예약을 받는 것이죠. 혹시 있을지 모를 취소해 대비해 항공사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입니다.

보통은 항공사의 예상대로 예약 인원의 일정분이 취소되고 좌석이 모자라는 일은 잘 없지만 한 번씩 이런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때 항공사에서는 자신의 일정을 변경해 좌석을 양보해줄 승객을 찾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오버부킹 제도는 많은 폐해를 낳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보기 힘들지만 외국 항공사에서는 오버부킹으로 인해 승객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사건까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항공사의 오버부킹 때문에 피해를 입은 승객들이 있었는데요. 항공사가 자사의 공식 홈페이지에 안내해놓은 사항까지 어기고, 보안 규정을 위반했으며, 인종차별 의혹까지 받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미국의 항공사 델타항공은 뉴욕을 출발해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으로 가는 비행 편에 한국인 세 명을 태우지 않고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다른 승객이 탑승했죠. 이 여객기는 오버부킹으로 수용 가능한 인원 외 추가로 7명의 예약을 더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비행 편은 오후 3시 55분에 출발 예정이었던 DL 2699편이었는데요. 피해 한국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항공기는 출발 시간보다 18분 이른 3시 37분쯤 항공기 문을 닫고 이륙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행위가 규정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델타항공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국내선을 탑승할 경우 항공기 출발 시간 15분 전까지 탑승구로 와야 한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델타항공 공식 홈페이지

또한 유명 항공기 좌석 차트 사이트인 시트구루(Seatguru)에도 같은 설명이 올라와 있습니다. 즉 18분 전에 항공기 문을 닫는 것은 규정 위반인 것입니다. 심지어 이들은 파이널 콜(Final Call, 최종 호출)도 듣지 못했다고 하네요.

시트구루 홈페이지

항공사의 규정 위반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비행 편에 탑승하지 못한 이 승객들의 짐도 내리지 않은 채 시애틀로 갔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짐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수하물은 시애틀에 가서 찾으라'라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고 하네요. 사실 이것은 탑승구를 몇 분 일찍 닫은 것보다 더욱 심각한 규정 위반인데요. 왜냐하면 이 비행기에 탑승한 모든 승객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각종 테러에 대비해 최고 보안을 자랑하는 미국 뉴욕 공항에서 주인 없는 수하물을 싣고 항공기가 이륙했다는 것은 폭탄을 싣고 운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국내에서는 주인 없는 수하물이 실어져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면 '회항 조치'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들은 항공기에 탑승한 다른 일행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도움을 요청했으나 상황을 전달받은 델타항공 승무원들은 도리어 '당신들은 탑승했는데 다른 3명은 왜 탑승하지 못했느냐'라고 되물으며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고 하네요.

MBC 뉴스

이에 대해 델타항공 측에서는 '피해를 입은 한국인 승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해당 사안을 확인하기 위해 현재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항공사 측이 오버부킹에 대응하는 자세는 오랜 기간 문제가 되어왔습니다. 항공사에서 보상금을 많이 주지 않기 위해 사소한 트집을 잡아 승객을 탑승하지 못하게 하는 수법이죠.

2017년에는 한 가족이 자신들이 구입한 좌석에 2살짜리 아이를 앉히기 위해 카시트를 장착하려 했다가 승무원으로부터 '아이는 어른 무릎에 앉혀야 한다'라는 잘못된 규정을 들며 가족과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급기야 '내리지 않으면 체포돼 감옥에 갈 것'이라고 협박까지 했다고 하네요. 

YTN 뉴스

결국 이 가족은 1세, 2세 아동이 포함된 4인 가족은 기내에서 내려야만 했고 그 자리는 오버부킹 대기자들로 채워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미국 연방항공청의 규정에 따르면 기내에서 2세 이하 어린이의 가장 안전한 곳은 부모의 무릎 위가 아닌 카시트라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YTN 뉴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 한국계 승객은 불가피하게 먼저 탑승구를 통과하게 되자 탑승 게이트 앞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델타항공의 직원은 이 승객에게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라'라고 말했고, 그는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이 직원은 한 번 더 같은 말을 반복했으며, 이 승객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자 승객의 손에 있던 여권과 비행기 표를 빼앗아 땅에 던지면서 '비행기에 탑승할 수 없다'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이후 이 직원은 가족들을 한 명씩 가리키며 삿대질을 했고, '안전상의 문제'로 탑승시킬 수 없다며 줄을 서서 따라나오라고 지시했습니다. 한편 당시 현장을 목격했던 일부 승객들은 이 상황에 대해 증언하며 '오버부킹'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당시 자진해서 비행기에서 내리는 승객에게 1,200 달러를 제공하겠다는 제의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Justin Cho SNS

이런 문제점이 계속되자 항공업계에서는 오버부킹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요. 저비용항공사인 제트블루, 라이언에어, 사우스웨스트 등에서는 오버부킹을 받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비합리적인 문제 해결 방식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그 나라 문화나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런 피해가 없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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