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비즈니스 예약했는데요?' 항공사가 이코노미석으로 변경했지만 승객들이 화내지 않은 이유는?

지난 2017년 항공업계, 그리고 세계를 경악시킨 항공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유나이티드 항공입니다. 이 항공사는 정원 이상의 항공권을 판매, 즉 오버부킹을 했는데요. 이로 인해 4명의 승객이 하차해야만 했고, 한 동양인 남성 승객이 이를 거부하자 항공사 측은 공항 경찰을 동원해 그를 강제로 끌어냈죠. 이 과정에서 이 승객은 피를 흘렸고 이 과정은 SNS에 고스란히 공개되며 세계적인 공분을 일으켰죠.

이 동양인 남성은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 데이비드 다오 박사였는데요. 그는 '내일 오전 예약 환자가 있다'면서 하차를 거부했는데, 이 사건으로 중대한 뇌진탕을 입고 앞니 2개와 코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며 유나이티드 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하차한 4명의 승객들 중 3명이 동양인인 것으로 알려지며 인종차별 의혹까지 제기되었죠. 유나이티드 항공에 대한 불매 또한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 결국 항공사와 다오 박사는 소송으로 가기 전에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보상금 등의 자세한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죠. 항공사 측의 쇄신도 이어졌습니다. 유나이티드 항공에서는 자리를 양보하는 승객에 대한 보상금을 올리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보상금이 무려 최대 1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190만 원 정도라고 하네요. 

그러나 이런 항공사의 발표를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원래 항공사 측에서는 보상을 인색한 것으로 유명하기에 이를 대행하는 업체가 있을 정도이고 보상받는 절차가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스카이데일리


그러나 이번에는 유나이티드 항공이 자신들이 말한 것을 지킨 것 같습니다. 실제로 1만 달러의 보상금을 승객 9명에게 나눠줬기 때문입니다. 과연 유나이티드 항공에서는 어떤 상황에서 승객들에게 이렇게나 큰 보상금을 준 것일까요?

뉴저지의 뉴어크 공항에서 하와이로 가는 비행이었습니다. 유나이티드 항공에서는 애초에 보잉 777 기종으로 이 여정을 운항할 예정이었죠. 그러나 비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항공기의 기종이 바뀌었습니다. 바로 보잉 767-300 기종이었죠. 보잉 767-300 기종에는 비즈니스석이 더 적었기에 비즈니스석을 예약한 사람들은 이코노미석으로 강제 다운그레이드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무작위로 다운그레이드 될 승객을 찾았겠지만 유나이티드 항공의 대처는 달랐습니다. 바로 1만 달러, 즉 1,190만 원이라는 보상으로 자진해서 다운그레이드 될 승객을 모집한 것입니다. 물론 이 돈을 현금으로 주는 것은 아니고, 유나이티드 항공을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로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마찰은 없었습니다. 9명의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다운그레이드 되었죠.

이들은 '프리미엄 플러스' 좌석에 앉았습니다. '프리미엄 플러스' 좌석은 이코노미 좌석에 보다 넓은 다리 공간과 팔꿈치 공간이 뒤로 젖혀지는 좌석입니다. 또한 기내 서비스로 식사, 스낵, 맥주, 그리고 하드리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좌석이죠.

항공편의 스케줄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다운 그레이드가 된 것에 대해 1만 달러를 지급한 유나이티드 항공의 결정에 다들 놀라는 분위기네요. 

한편 유나이티드 항공의 대변인 매디 킹(Maddie King)은 한 인터뷰를 통해 '항공기 기종을 바꿔서 운행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면서 '항공사 측에서는 승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해 적합한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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