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면세품 싹쓸이 후 공항 난장판 만들던 보따리상의 현재 상황은?

중국인 주씨(가명, 32)는 몇 년 동안 한국에서 돈을 벌어왔습니다. 따이거우, 즉 구매 대행업을 한 것이죠. 셀카봉에 핸드폰을 장착하고 인터넷 생중계를 하며 동대문과 명동 등을 돌아다녔죠. 주씨에게는 10만 명의 팬들이 있는데요. 돈을 받고 팬들을 위해서 물건을 사서 중국으로 보내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1월 춘절을 지내기 위해 우한으로 돌아간 순간 그녀의 돈벌이는 끝났습니다. 우한 밖으로 나오지 못한 것이었죠. 이제 우한의 봉쇄가 끝나고 통행이 자유로워졌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씨는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기에 일을 쉬고 있는 형편입니다. 

주씨와 같은 보따리상들은 최근 몇 년 간 명품 핸드백에서 고급 분유, 의류, 화장품 등을 중국에 팔아왔습니다. 이 장사는 사실 합법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불법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따이거우 시장은 1년에 몇 조의 가치가 있을 만큼 생각보다 방대합니다. 그리고 중국에는 약 100만 명의 보따리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2014년 중국 소비자들의 사치품 구매 건수 10건 중 4건이 따이거우에 의해 이뤄졌다고 하는데요. 특히 한국 제품을 파는 보따리상들이 가장 많았다고 하네요.

따이거우는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요. 주씨와 같이 한국 등 외국에 계속 살면서 중국으로 물건을 보내는 것, 그리고 자신이 중국과 다른 나라를 왔다 갔다 하면서 큰 캐리어에 물건을 들고 들어가는 형태입니다. 

첸씨(가명)는 후자의 보따리상입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을 왔다 갔다 하며 립스틱, 마스크팩, 화장품 등을 저렴하게 구매해 수입 관세를 내지 않고 중국에 반입 시킨 뒤 팔아왔죠. 그러나 이제는 이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첸씨의 고객들에게는 언제 한국으로 갈 것인지 문의가 들어온다고 하는데요. 왕래를 할 수 없기에 정말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하네요.

사실 이들의 가장 큰 걱정은 당장 돈을 못 버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충성 고객'을 잃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하는데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씨는 동대문 상인들에게 샘플을 중국으로 보내 달라고 요청한 뒤 자신의 집에서 생방송을 하며 물건을 팔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3월 말부터 우한에도 택배 시스템이 재개 되었기에 이런 것도 가능한 일이라고 하네요. 또한 고객들과 채팅을 주고 받으며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가끔 소통도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다른 보따리상들에게 고객을 뺏기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주씨에 따르면 사실 따이거우 시장은 워낙 포화 상태이기에 진입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고 하는데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 시장이 다시 재편될 수 있고,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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