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백인들은 햇빛에 그을린 피부를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시아인들은 조금 다릅니다. 많은 아시아인들은 조금이라도 햇빛에 피부가 탈까 선크림을 바르고, 물놀이를 할 때도 래시가드를 입는 등 태양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오늘 소개할 아이템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래시가드, 워터레깅스보다 더욱 강력한 물놀이 복장, 페이스키니(Face-kini)입니다.
페이스키니는 마치 복면처럼 얼굴에 뒤집어쓰는 것인데요. 앞을 볼 수 있도록 눈 부분, 숨을 쉴 수 있도록 콧구멍 부분과 입 부분만 뚫어놓은 것입니다. 이 아이템은 특히 중국 산둥성에 위치하고 있는 칭다오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일상적인 아이템이지만 칭다오를 방문한 많은 여행객들은 처음 이 광경을 보고 매우 놀란다고 합니다.
이 파격적인 아이템은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요? 바로 17년 전인 2004년 칭다오에 사는 회계사 장스펀씨가 처음 만들었습니다. 사실 페이스키니가 처음 만들어질 때는 햇빛을 가리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해파리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이후 페이스키니를 착용해본 사람들은 이 아이템이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며 극찬했고, 곧 입소문을 타 크게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2012년까지 페이스키니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로컬템’이었습니다. 그러나 2012년 장씨는 무역 박람회에 참석했고, 이 아이템은 영국의 언론 로이터에 의해 보도되며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죠. 그러나 장씨의 의도와는 달리 페이스키니는 ‘강도 복면’ 혹은 ‘레슬러 아이템’이 아니냐는 조롱을 당했습니다. 서양인들 뿐만이 아니라 중국 외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이 아이템이 너무 생소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로이터 보도 이후 중국 전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키니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장씨는 페이스키니에 다양한 디자인을 접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중의 하나는 ‘경극’을 테마로 한 것이었는데요. 경극 페이스키니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습니다. 특히 나이가 있는 어른들의 필수 물놀이템으로 등극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마 중국에 여행을 간다면 한 번쯤은 볼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닐까 싶은데요. 처음 보면 무서울 수 있지만 편의성을 위해 고안한 중국인들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면 그리 이상하게만은 보이지 않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