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야?'라는 말 나와도 560억이라는 명품 브랜드 전시회 작품

명품과 예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아마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이 아닐까요? 이에 명품 브랜드에서는 예술을 활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곤 하는데요. 얼마 전 세계 1위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에서도 대중들에게 예술작품을 공개하며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 '4900개의 색채'의 9번째 버전입니다.

이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공간은 '루이비통 메종 서울'입니다. 청담동에 위치한 이 건물은 반짝이는 유리 파사드와 예사롭지 않은 모습으로 2019년 10월 말 오픈했는데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빌딩으로 우리나라의 '동래학춤'에 영감을 받아 만든 건축물입니다. 이 건축물은 학이 날개를 벌려 날아가는 것처럼 날갯짓을 하는 동작, 학이 한 발을 들고 조용히 서 있는 것을 나타낸 동작 등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건축 거장이 설계한 공간 안에 예술 거장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죠. 사실 이 전시회는 그리 거창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여러 색상의 타일이 의미없게 배치되어 있는 것 같은 작품이 네 점 전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언뜻 보면 '이게 다야?' 싶을 정도로 단순한 형태인데요. 사실 이 작품은 예술계에서 5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60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그림이기에 이런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요?

먼저 이 작품의 작가를 눈여겨 봐야 합니다. 이 작품을 제작한 사람은 '생존 작가 중 가장 위대한 예술가'라는 수식어를 지니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 게르하르트 리히터(1932~)입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은 최근 '이건희 컬렉션'에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리히터의 대표작 '두 개의 촛불'과 대형 추상화 두세 점이 소장되어 있다고 하네요. 보통 대가들이 하나의 사조만을 파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과는 달리 리히터는 추상표현주의, 팝아트, 플럭서스, 미니멀리즘 등 다양한 사조에 발을 담그고 이 분야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리히터는 '대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죠.

이번 루이비통 메종 서울에 전시된 작품은 '색채'에 대한 리히터의 생각을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시리즈물로 총 11개 버전이 있는데요. 그중 전시된 것은 9번째 버전입니다. 루이비통 메종 서울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 총 네 점의 비슷한 패널이 있으며, 이 네 패널은 세트로 구성되어 '4900개의 색채'라는 작품을 구성하고 있죠. 이 패널에는 색상 타일이 촘촘히 박혀있습니다. 그리고 전시장에 있는 이 색상 타일의 개수는 총 4,900개인데요. 이에 '4900개의 색채(4900 colours)'라는 작품명이 붙은 것이죠. 

이 색상 타일은 리히터가 직접 붓으로 채색한 것이 아니라 에나멜로 도색했으며, 색상의 배열 또한 리히터가 직접 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이 무작위로 배열한 것입니다. 여기에 사용된 색상은 25가지입니다. 그리고 이 색상은 빨강, 노랑, 파랑, 초록에서 뽑아낸 것이죠. 사실 리히터가 뽑아낸 25가지 색상 또한 리히터의 창작품은 아닙니다. 리히터는 1966년 페인트 색상표를 보고 '이미 완전한 페인팅'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죠. 과연 리히터는 왜 이런 방식을 사용한 것일까요? 페인트 색상표에서 차용한 색상, 색상의 무작위 배열에는 어떤 의도가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 평론가들은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먼저 '우연성'의 위대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죠. 즉 통제는 최소화하고 방임은 최대화 하며 반복되는 우연에 작품을 맡겨버린 것입니다. 실제로 리히터는 '설명이 가능하고 의미가 담긴 그림은 나쁜 그림'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런 그의 설명과 일맥상통하는 작품 해설이 아닐까 싶네요. 또한 한 작품에는 필연적으로 '주요 색상'이라는 것이 있게 마련인데요. 이 작품은 주요 색상 없이 모든 색에는 어떠한 위계나 우위도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색상 배치를 무작위로 함으로써 이런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색채에 대한 리히터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것 같네요. 

한편 이 전시는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프로그램 '미술관 벽 너머'의 일환인데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에서는 도쿄, 베네치아, 뮌헨, 베이징, 서울, 오사카 등 각 국에 위치한 루이비통 공간에서 컬렉션 소장품 전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소장품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는 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은 회화, 조각, 사진 등 250개 이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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