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감각'을 통해 예술을 즐깁니다. 우리의 눈은 미술 작품, 조각 작품 등을 감상하고, 귀로는 음악을 감상하죠. 눈과 귀는 창의적인 자극을 즐길 수 있는데요. 과연 우리의 후각은 어떨까요? '냄새'로는 예술을 만들 수 있는 걸까요?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한 전시가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바로 프랑스 파리에 위치하고 있는 필립스 옥션의 새로운 전시 <프로파일 바이 Profile By>입니다. 과연 이곳에서는 어떤 창조적인 실험을 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전시를 기획한 사람은 바로 향수 전문가 다이앤 탈하이머였습니다. 탈하이머는 향기도 예술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것이었죠. 탈하이머는 아티스트와 조향사를 1:1로 짝지어 이들이 한 팀이 되어 작품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총 6명의 아티스트를 선발했죠. 이후 탈하이머는 향수 제조 회사인 '인터내셔널 플레이버 앤 프래그런스(IFF)'의 도움을 받았는데요. 이들은 조향사 여섯 명을 추천해줬고 아티스트-조향사 팀이 탄생할 수 있었죠.
탈하이머는 강한 개성과 독특한 예술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를 우선으로 선정했다고 합니다. 바로 작품의 후각성 정체성이 더욱 강해지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탈하이머는 이 아티스트들과 한 명씩 면담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이들의 '후각적 정체성'을 파악한 후 조향사들과 매치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과연 어떤 아티스트-조향사 팀이 어떤 작품을 만들어냈을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조애나 바스콘셀로스(아티스트)-앤 플리포(조향사) 팀입니다. 바스콘셀로스는 그녀의 주요 관심사 중의 하나인 웰빙과 요가에 대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는데요. 이에 우리 몸에 있는 7개의 '차크라'를 수련에 사용되는 향기와 접목하고 싶었습니다. 이에 바스콘셀로는 십자 모양의 흰색 세라믹에 밝은 색상의 손뜨개 장식을 더했고, 여기에 향기를 넣었습니다. 이들은 매주 줌을 통해 회의를 한 후 파리에서 만났다고 하는데요. 바스콘셀로스는 향기의 세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차크라 : 산스크리트어로 '바퀴' '순환'이라는 뜻으로 인체의 여러 곳에 존재하는 정신적 힘의 중심정르 이르는 말. 차크라는 정수리와 척추를 따라 7개가 존재하며 명상과 신체 수련에서 중시되고 있음.
바스콘셀로스는 베르사유 궁전, 그리고 봉마르쉐 백화점에서 전시를 했을만큼 인정받고 있는 작가인데요. 그의 인터뷰에 따르면 보통 자신의 작품은 매우 크고 공간을 많이 차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작지만 향기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고 밝혔죠. 그는 내년 생트 샤펠 성당에서 전시회를 앞두고 있으며, 향기가 접목된 이런 작품을 전시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전시는 시각이나 청각에 비해 그 중요성이 높게 평가되지 않는 '후각'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바스콘셀로스는 자신의 사촌이 코로나19로 인해 후각을 잃었다며 이 전시를 통해 후각이 더욱 조명받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