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한 물 갔다' 소리 듣는 국내 명품, 중국에서 더 잘나가는 이유는?

'매스티지'라는 말을 아시나요? 매스티지는 대중을 뜻하는 'mass'와 명품을 뜻하는 'prestige product'의 합성어로 비교적 값이 저렴하면서도 품질면에서는 명품에 근접한 상품을 말하고 있습니다. 즉 대중상품과 고가 상품의 틈새상품을 지칭하는 단어이죠.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매스티지' 열풍이 불었는데요. 이 열풍을 주도한 브랜드 중의 하나는 'MCM'이었습니다.

MCM은 1976년 독일 뮌헨에서 탄생한 패션 브랜드입니다. 한국에서는 성주디앤디가 브랜드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2005년 결국 브랜드를 인수했죠. MCM은 루이비통을 연상시키는 특유의 MCM 모노그랜 디자인으로 19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초반 한국 패션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는데요. 대학생들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소장하고 있는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MCM을 포함한 매스티지 브랜드는 한물 간 것으로 여겨지는데요. 샤넬, 루이비통, 구찌 등의 해외 명품은 꾸준히 성장했지만 매스티지 제품들은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그나마 MCM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며 중국인들의 '워너비 가방'이 되었지만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과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게 되었죠. MCM은 중국인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육박한다고 하는데요. 이에 브랜드는 큰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이에 MCM은 중국 시장을 먼저 잡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MZ 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파격적인 시도를 하고 있네요. 먼저 MCM에서는 창립 45주년을 맞아 중국의 99년생 Z세대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샤오구이(왕린카이, 릴 고스트)'를 브랜드 앰버서더로 발표했습니다.

샤오구이는 2017년 아이치이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인 <랩 오브 차이나>에 출연하며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린 후 아이치이의 9인조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인 <우상연습생>에 출연해 최종 8위로 데뷔조 '나인퍼센트'의 멤버가 된 인물이죠. 샤오구이는 레게머리와 오뚝한 코로 '힙한 Z세대'의 전형을 보여주는 연예인데요. 샤오구이가 MCM 브랜드 앰버서더로 발표된 이후 관련 해시태그인 #MCMBrandAmbassadorLilGhost는 웨이보에서 큰 인기를 얻었으며 네티즌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되었습니다. 

MCM이 샤오구이를 선택한 것은 MCM의 '대중음악'에 대한 사랑과 이로 인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것과 큰 연관이 있습니다. MCM은 과거 비욘세, 빌리 아일리시 등 팝스타들과 협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요. 특히 비욘세는 자신의 노래 'Apeshit'의 뮤직비디오에서 MCM 뷔스티에와 모자, 귀걸이, 코트 등 MCM 브랜드로 온 몸을 휘감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죠. MCM의 비세토스 패턴을 한 차례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빌리 아일리시는 MCM 캠페인 모델로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이에 자신의 색깔을 담은 가방, 의류, 액세서리를 선보이기도 했죠. 그리고 MCM의 뮤지션 사랑은 샤오구이에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중국의 Z세대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한 마케팅 전략도 주효하고 있습니다. 퀘스트모바일이 발표한 'Z세대 인사이트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2020년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하는 Z세대는 총 3억 2,000만 명으로 전체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의 30%에 육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지출 능력은 전체 디지털 사용자보다 훨씬 높죠. 이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라이프 스타일'과 '커뮤니티'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즉,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죠.

MCM은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힙합 뮤지선들을 위한 제품들을 출시했습니다. MCM 특유의 로고인 비세토스를 활용한 목욕 가운, 복싱 반바지, 헤드 스카프, 모자, 비트 스피커, 스피커백 등이 그것입니다. 이런 아이템은 확실히 대중화되지는 않고 틈새시장이긴 하지만 힙합 문화를 좋아하는 Z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힙함'이 있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결과 중국의 상반기 최대 쇼핑 축제인 '618'에서 MCM 제품의 총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 티몰의 TOP 50 제품에 MCM의 미니 핸드백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MCM은 중국에서 세를 확장하기 위해 '향수' 시장도 공략하고 있습니다. MCM에서는 향수 사업을 하고 있는 인터퍼퓸스(Inter Parfumes)와 손을 잡고 'MCM 시그니쳐 프래그런스 오 드 퍼퓸'을 출시했는데요. 이는 미국과 유럽 시장을 겨냥해 만든 것이지만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을 못하는 중국 소비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해당 향수는 중국에서 출시되자마자 일주일 만에 품절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올해 MCM의 중국 순 매출은 지난해 대비 49%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MCM에서는 1군 도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2배로 늘리는 등 3년 안에 38개 매장에서 52개 매장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한편 MCM은 국내에서도 재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요. 지난해는 1020 고객들이 밀집된 무신사에 입점했고, Z세대가 좋아할 만한 스니커즈도 출시하며 포스트 디지털 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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