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항공업계에서는 승무원의 외모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 추세입니다. 제주항공은 안경 착용을 허용하고 있으며, 항공기 밖에서도 낮은 굽의 기내화 착용을 허용했습니다. 아시아나 항공은 쪽머리 외에 단발머리도 허용하고 있으며, 필수적으로 착용하던 모자도 큰 행사에서만 착용하도록 규정이 개선되었습니다. 티웨이항공에서는 아예 두발 자유를 선언하기도 했죠.
네티즌들은 이런 외모 규정에 매우 '파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보다 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항공사가 있습니다. 바로 에어 뉴질랜드(Air New Zealand)입니다.
에어 뉴질랜드에서는 7월 1일부터 승무원 및 공항 서비스 직원들에게 유니폼 밖으로 보이는 문신을 허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에어 뉴질랜드의 CEO인 크리스토퍼 룩손(Christopher Luxon)은 '모든 직원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면서 승무원, 조종사, 그리고 공항서비스팀에 소속된 사람들이 유니폼을 입었을 때 드러나는 문신을 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문신이 타인에게 불쾌감을 줘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시도, 즉 유니폼 밖으로 보이는 문신을 허용하는 것은 세계 최초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유니폼을 입었을 때 보이는 곳에는 문신을 금지하고 있으며, 카타르항공 같은 경우에는 어떠한 문신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보이는 곳에 문신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 규정입니다.
사실, 뉴질랜드의 역사는 문신과 많은 관련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뉴질랜드의 원주민, 마오리족과 문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요. 역사적으로 부족 중 높은 지위에 있는 마오리 남성은 얼굴 전체에 문신을 새기는 것이 흔했으며, 여성들도 턱에 문신을 새겼습니다. 이들에게 문신을 새기는 행위는 신성한 것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이들에게 문신은 패션과 트렌드를 넘어선 혈통과 유산의 표시이며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문신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에는 '뉴질랜드 국립 문신 박물관'이 운영되기도 합니다.
또한 에어 뉴질랜드의 로고도 마오리족이 사용해온 전통문양인 '코루'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코루는 해마다 초봄에 피는 어린 고사리 잎 모양으로 새로운 생명과 부활, 그리고 성장을 의미합니다.
사실 올해 초 한 남성이 에어 뉴질랜드에 취업이 거부되어 논란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왼쪽 어깨와 오른쪽 팔뚝에 문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문신은 자신이 속한 부족의 전통을 반영한다고 합니다. 이 남성은 에어 뉴질랜드가 마오리족의 전통문양을 마케팅의 수단으로 쓰면서 문신이 있는 사람의 취업은 막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문신이 대중화된 것도 항공사의 변화에 한몫했다는 분석입니다. 80년대에는 문신이 일부 군인들이나 연예인, 혹은 스포츠 스타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현재는 미국 인구의 1/4, 영국 인구의 1/5가 자신의 몸에 문신을 새기고 있으며, 한국에도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문신을 새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신이 더욱 흔해진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적으로 이어질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뉴질랜드의 역사와 문신의 특별한 관계를 고려했을 때 이례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며 다른 나라에서는 유니폼 밖으로 문신이 보여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계속해서 고수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