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패션 사진작가인 닉 나이트(Nick Knight)를 아시나요? 1980년대 중반부터 알렉산더 맥퀸, 톰 포드, 레이디 가가, 보그 등 여러 디자이너들, 그리고 셀럽들과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사진을 창작해내며 지금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패션 사진작가 중의 한 명으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2016년 10월에서 2017년 3월까지 서울의 대림미술관에서 <닉 나이트 사진전: 거침없이, 아름답게>의 제목을 가진 전시로 한국 관객들을 만난 적도 있죠.
물론 패션 사진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그는 패션 사진만 찍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요. 특히 좋아하는 분야는 '꽃'입니다. 무려 30년 이상 동안 장미 사진을 찍어왔다고 하네요. 그는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팔로워들을 위해 자신이 취미로 찍은 장미 사진을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는데요. 이 사진들이 화제입니다.
일단 처음 딱 보기에도 색상이 매우 곱고 아름답습니다. 마치 꿈속에 나오는 이미지인 것처럼 몽환적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 이미지는 사진이 아니라 마치 유화 그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닉 나이트는 16세기와 17세기의 정물화에서 영감을 받아 이 사진들을 찍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네덜란드의 거장 얀 반 하위쉼(Jan Van Huysum), 그리고 대 얀 브뢰헬(Jan Brueghel The Elder)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장미 사진을 유심히 보면 알 수 있겠지만, 활짝 핀 아름다운 장미만을 찍은 것은 아닙니다. 시들고, 말라버리고, 꽃잎의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상해 가는 것을 렌즈에 담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 사진을 통해서 장미 꽃잎의 연약함과 장미의 삶의 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이 장미는 런던의 남서쪽에 있는 자신의 자택 정원에서 꺾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장미를 자연광 아래에서 그의 주방 테이블 위에 정성스레 배열한 뒤 사진을 찍은 것은데요. 정말 놀라운 점은 이 사진들이 대부분 아이폰으로 촬영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높은 퀄리티를 지니고 있는데요. '고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네요.
또한 이 사진을 인화하는 방법도 매우 특별한데요. 인화지를 일부러 거꾸로 프린트에 집어넣어 잉크가 종이에 잘 스며들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로 인해 사진에 풍부한 질감이 생겼으며, 마치 화가가 붓질을 한 것처럼 표현이 되었다고 하네요. 그는 또한 사진을 큰 사이즈로 인화할 때 사진에 생기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인공지능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장미사진 하나도 특별하게 찍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취미로, 혹은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위해 하나씩 올리던 사진으로 인해 그는 결국 전시를 열게 되었는데요. 지금까지 찍은 수백 장의 장미사진 중 단 29개의 사진만을 선정해 관람객들에게 선보인다고 합니다. 옥스퍼드에 위치한 갤러리,Albion Barn에서 6월 24일부터 9월 22일까지 약 3개월간 전시가 이어지며 예약을 해야만 관람을 할 수 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