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는 달리 요즘에는 '인터액티브 전시'가 많이 있습니다. 인터액티브 전시란 '체험 전시'라고도 불리는데요. 작품과 관객이 서로 소통하며 전시를 즐기는 것이죠. 또한 관람객들에게 사진 촬영을 허용하는 전시회도 많아지고 있는데요. 예전보다 전시회의 분위기가 많이 자유로워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일까요? 얼마 전 관람객 커플에 의해 작품이 훼손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요?
지난 2월 26일부터 롯데월드몰에서는 <STREET NOISE>라는 이름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전시는 6월 13일까지 열릴 예정인데요. 전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길거리 예술을 볼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이곳에는 세계적인 10인의 예술가가 그린 그라피티와 팝아트가 전시되어 있으며, 15,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관람해야 하는 곳입니다. 이곳은 총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 사건은 두 번째 섹션에서 일어났습니다.
두 번째 섹션의 메인 작품 중의 하나는 바로 존원(JonOne)의 대형 그라피티 작품인 '무제(Untitled)'입니다. 이 작품은 지난 2016년 아티스트가 직접 서울을 방문해서 많은 관객들 앞에서 퍼포먼스 형식으로 그린 것인데요. 대형 작품과 함께 그 날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도록 직접 사용한 물감과 붓, 신발, 장비 등이 작품의 앞에 함께 전시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나 작품 앞에 놓여져 있는 물감과 붓을 본 한 20대 커플은 이 전시를 '체험 전시'로 착각했습니다. 이들은 청록색 물감으로 작품에 슥슥 붓칠을 했죠. 사실 작품 자체가 그라피티이고 낙서 형식으로 되어 있기에 이 작품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작품이 훼손된 사실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사실 작품의 옆에는 해당 작품을 설명하는 안내문이 있었는데요. '당일 사용한 물감과 붓, 신발과 각종 퍼포먼스 장비들도 작품과 함께 디스플레이되었다'라는 문구가 선명히 적혀있었으나 이 커플은 이를 읽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근처에는 관리자가 없었고, 작품 앞을 막는 것도 없었지만 관람객들이 가까지 다가가지 못하도록 노란 줄은 그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작품에 물감을 칠했고, 전시장 측에서는 약 30분 뒤 작품 훼손을 알게 되었죠. 그리고 CCTV를 통해 이들을 찾아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이들은 '벽에 낙서가 되어 있고 붓과 페인트가 있다 보니 낙서를 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편 이 그림은 44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억 원 정도라고 합니다.
전시장 측에서는 훼손에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있으며 이들을 선처할 방침이라고 하는데요. 훼손된 작품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걸어두기로 했습니다. 심지어 전시장 측에서는 이 해프닝을 하나의 홍보 기회로 삼고 있는 것 같은데요. 공식 홍보 포스트에 <JonOne의 그래피티 작품이 훼손되다>라며 이 전시를 '화제의 전시'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과연 자신의 작품이 훼손된 존원은 어떤 대처를 하게 될까요? 존원의 대리인은 미국의 ABC뉴스를 통해 '이 사건에 어떠한 대처도 할 계획이 없다'라고 밝혔는데요. 어떠한 손해배상 청구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 이후 전시장 측에서는 작품의 앞에 만지지 말라는 표시를 해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