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51미터, 너비 45미터의 세계에서 가장 큰 개선문.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바로 프랑스 파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1세가 프랑스 군대의 모든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구조물로, 이후 전 세계 국가에 승전 기념비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개선문계의 '조상'인 셈입니다.
이곳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가기도 하는 유명한 명소인데요. 이곳에 곧 파란색 포장지로 '포장이 된다고' 합니다. 개선문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거대한 규모로 공공장소, 건물, 자연을 포장하는 예술가 부부가 있습니다. 이들의 '포장 실력'은 타의 추종을 뛰어넘을 정도인데요. 초반에는 테이블, 오토바이, 잡지 등 물체를 포장하기 시작했으나 이후 이들의 스케일은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습니다. 분수를 포장하다 심지어 건물 자체를 포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부부는 이후 호주의 해안가를 뒤덮기에 이르렀는데, 이때 무려 2.4km 길이의 해안가를 통째로 덮어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이후 마이애미에 위치한 11개의 섬을 폴리프로필렌으로 감쌌으며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산의 골짜기에 주황색 커튼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크리스토 & 잔 클로드라는 이름을 가진 이 부부는 대지미술, 환경미술이라는 새로운 예술 영역을 창조하며 자신의 세계를 이어나갔는데요. 2009년 아내 잔 클로드는 세상을 떠났지만 남편 크리스토는 아직까지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크리스토는 얼마 전 깜짝 놀랄만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파리의 개선문을 포장하겠다는 계획입니다.
1985년 퐁네프다리를 포장한 이후 35년만에 파리에서 또 한 번 포장 실력을 선보이는 것인데요. 개선문의 포장은 2020년 4월 6일부터 19일까지 약 2주 동안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작업은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의 실버-블루 색상의 폴리프로필렌 소재의 천을 주재료로 사용하며 빨간색의 줄로 고정할 예정입니다.
이 포장 작업과 더불어 프랑스의 유명한 현대 미술관인 퐁피두 센터에서는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 부부의 초기작을 중심으로 한 회고전을 3월 18일부터 6월 15일까지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들은 왜 평생을 '포장'하는데 바치게 된 것일까요? 포장은 그들에게, 혹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모든 예술이 보는 사람의 시선에 달려있는 것과 같이 이 설치 예술도 보는 사람의 시선에 달려 있지만, 이 대지미술과 포장 미술을 바라보는 한 가지 시선이 존재합니다. 포장 미술은 우리에게 익숙한 곳의 외관을 덮어버림으로써 '익숙함'을 '낯섦'으로 바꿔버립니다. 익숙한 것이 낯선 것으로 갑자기 변하면 사람들은 이것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시민들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파리의 상징 중 하나로 익숙히 존재하던 개선문을 포장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개선문이란 무엇인가, 승리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불러일으킬 그의 작품이 매우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