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다니며 사회 비판적인 벽화를 그립니다. 그의 행동은 불법이죠. 그러나 일단 그림이 그려졌다 하면 이 그림은 아크릴로 덮일 만큼 소중하게 다뤄집니다. 주택의 담벼락에 그림이 그려지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하죠. 이 인물을 누구일까요? 바로 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입니다.
뱅크시를 대표하는 이미지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바로 '풍선을 든 소녀(Girl with Balloon)입니다. '풍선을 든 소녀'는 한 어린 여자 아이가 날아가는 빨간 하트 모양의 풍선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이미지이죠. 이는 약 20년 전인 2002년 런던의 워털루교에 스텐실 기법으로 처음 그려진 것입니다. 이후 2005년에는 이스라엘 요르단강 서안 지구 분리 장벽에 이 그림을 그렸고, 2014년에는 시리아 난민 캠프를 돕기 위한 캠페인에 이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에는 이 이미지가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예술 작품'으로 뽑히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잘 알려져 있으면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풍선을 든 소녀'는 원래도 유명했지만 2018년 '이 사건'으로 인해 더욱 유명해지게 됩니다. 바로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경매장에서는 '풍선과 소녀'가 15억 4,000만 원에 낙찰돼 경매사가 망치를 '땅' 내려쳤는데요. 순간 액자 속 그림이 밑으로 흘러내리며 갈려 나갔습니다. 15억짜리 그림은 한순간에 파손되었고, 경매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후 이 그림은 '풍선을 든 소녀'에서 '사랑은 쓰레기통에(Love is in the Bin)'으로 바뀌었고, 훌쩍 오른 몸값으로 다시 경매장에 나올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얼마 전 또 하나의 '풍선을 든 소녀'가 런던 크리스티 경매장에 등장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이미지는 뱅크시가 제작한 '풍선을 든 소녀' 작품 25점 중 하나라고 하는데요. 매우 희귀한 이미지이니만큼 가격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딥틱(Diptych)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딥틱 형식이란 두 개의 이미지가 한 세트인 작품을 말하고 있는데요. 한쪽의 프레임에는 소녀가, 또 한쪽의 프레임에는 풍선이 들어 있어 소녀와 풍선의 영원한 이별, 갈망하지만 닿을 수 없는 무언가를 더욱 잘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2013년부터 한 영국인 개인 수집가가 소장하고 있었던 것인데요. 약 35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56억 원 정도에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