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에서 출시한 124만 원짜리 '똥 싼 바지'가 욕먹고 있는 이유는?

2000년데 '인싸 패션' 중 하나의 새기 팬츠(saggy pants)를 아시나요? '새기'는 영어로 '축 처진'이라는 뜻인데요. 바지가 축 쳐져 엉덩이 아리까지 내려 입는 패션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이는 미국의 흑인들이 먼저 입었으며, 이후 저스틴 비버가 이 패션을 유행시킨 후 우리나라로 들어왔는데요. 우리나라에서 '똥 싼 바지'라고 불리며 연예인들, 특히 남성 래퍼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몇 년 전 아이콘의 바비는 한 방송에서 '기분이 좋아지면 점점 더 바지를 내려 입는다'라고 말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죠.

현재 새기 팬츠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더 이상 입지 않는 아이템이 되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한 명품 브랜드에서 이 새기 팬츠에 영감을 받아 제품을 출시하며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 제품으로 논란에 휩싸이기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떤 제품일지 함께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해당 브랜드는 바로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가 이끄는 발렌시아가입니다. 발렌시아가에서는 트롱프뢰유 그레이 스웨트 팬츠(Tropme-L'oeil)라는 이름의 바지를 출시했는데, 이 바지의 디자인이 바로 새기 팬츠와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회색 추리닝 위에 속옷처럼 보이는 것을 꿰매 놓은 것이죠. 이 바지는 1,19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42만 원의 가격표가 붙어있습니다.

사실 발렌시아가는 독특한 콘셉트의 아이템을 출시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이케아의 1,500원짜리 파란 쇼핑백과 똑같이 생긴 240만 원짜리 가방을 내놓아 화제가 된 적이 있었고, 일반 종이가방의 소재를 고급 송아지 가죽으로 제작해 125만 원에 판매한 적도 있었죠. 이번 제품도 발렌시아가의 '유니크함' 정도로 넘어가는가 했지만 이 제품은 곧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발렌시아가의 트롱프뢰유 스웨트 팬츠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바로 틱톡 유저 조시아 히아신스(Josiah Hyacinth @mr200m__)였습니다. 그는 영상을 통해 '정말 인종차별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라고 말하며 해당 제품을 공개한 것이었죠. 그렇다면 이 제품과 인종차별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요?

사실 새기 팬츠는 미국 형무소 죄수의 패션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형무소에서는 수감자들이 자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바지에 고무줄을 뺐고, 당연히 벨트의 착용도 할 수 없었는데요. 이에 죄수들은 속옷이 다 드러나도록 하의를 입고 다녔고, 이것이 새기 팬츠의 시작이었던 것이죠. 이후 새기 팬츠는 흑인들이 많이 입었으며, 1990년대 힙합 아티스트들이 주로 입으며 세간에 널리 퍼졌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2010년대에 새기 팬츠의 착용을 법으로 금지하며 벌금을 매겼는데요. 이에 대해 흑인들은 크게 반발한 바 있죠. 이에 새기 팬츠는 '저항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또한 흑인들은 '새기 팬츠'라는 이미지를 백인들이 교묘히 활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단순한 패션일 뿐인 새기 팬츠를 '범죄의 상징'처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발렌시아가의 트롱프뢰유 스웨트 팬츠는 흑인들의 전유물이자 핍박과 저항의 상징인 새기 팬츠를 무단으로 이용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죠. 이는 '문화적 전유'에 해당된다는 것입니다. 문화적 전유는 어느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의 문화를 무단으로, 특히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사용하는 것을 뜻하는 말인데요. 해당 문화의 의미가 단순한 패션이나 놀잇감으로 전락하거나 상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개념입니다. 즉, 발렌시아가가 흑인 문화를 무단으로 사용해 이득을 얻고 있다는 것이죠. 

네티즌들은 '흑인들이 새기 팬츠 입으면 무식하다, 깡패다, 바지 올려라 등의 말을 듣지만 발렌시아가가 새기 팬츠 만들면 1,190달러 가격표 붙어 있다' '흑인들은 새기 팬츠로 핍박받았지만 발렌시아가는 새기 팬츠로 돈 벌고 있다' '흑인들이 새기 팬츠 입었다는 이유로 학교도 못 다니고 벌금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지..?'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이런 논란에 대해 발렌시아가에서는 해명을 하기까지 했는데요. 발렌시아가에서는 '우리는 컬렉션을 통해 여러 아이템을 겸치는 시도를 해왔다'면서 '운동복 바지 위에 청바지를 겹치고, 청바지에 카고 반자기를 겹치고, 티셔츠 위에 버튼업 셔츠를 겹쳐왔으며 이 아이템도 겹쳐 입는 패션의 연장선상에 있다'라고 밝힌 것이었죠.

새기 팬츠를 모티브로 만든 발렌시아가의 스웨트 팬츠. 과연 이는 문화적 전용일까요? 아니면 단순한 패션 아이템일 뿐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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